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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구조조정,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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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5 23:45:44 수정 : 2016-10-25 23: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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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안 발표 임박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여전
청사진 없이 시간 흘려보내
경제는 도대체 어찌하려는가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져든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된 데다 공급과잉에 따른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경제성장 동력이 무뎌졌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로 주저앉았다. 사상 최저금리라는데, 상장기업 중 30%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기업·업종 구조조정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도형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쓰라린 아픔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럴싸하지만 말뿐이다. 누군가 책임지고 나서서 구조조정 청사진을 제시한 뒤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부터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있었다. 처음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휘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박완규 논설위원
왜 정부가 직접 나서려 하지 않는지는 한진해운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구조조정은 적잖은 후유증을 동반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불가피했지만 대규모 물류대란이 뒤따르자 사전검토 미비에 대한 질책이 정부 경제팀에 쏟아졌다. 지난달 조선·해운업 부실화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열리면서 관가의 복지부동 현상이 심화됐다. 책임을 두고 잘잘못을 가리면 결정내린 사람이 뒤집어쓴다고 생각하니 다들 몸을 사린다.

정부는 이달 말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조선업 재편을 컨설팅한 맥킨지의 중간보고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결론내렸지만, 대우조선 측 반발로 예정보다 두 달가량 늦춰졌다. 뾰족한 해법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대우조선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나머지 기업은 기존 자구노력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취약업종 구조조정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이번에도 일단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시간만 끌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구조조정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이자 명백한 배임행위다.

구조조정은 꼭 필요할 때 짧고 강하게 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치밀하게 정책을 펴야 하는데, 지금은 구조조정 흉내만 내면서 부실을 묻어뒀다가 차기 정권에 메가톤급 폭탄을 넘기려는 듯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합리적 결정에 대한 면책과 부처 간 이견 조정 등의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지금처럼 위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힘있게 밀어붙여 부실을 줄여나가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기업·은행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헌재는 저서 ‘위기를 쏘다’에서 구조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관(官)이 나서야 한다. 나서야 할 문제라면 늦어선 안 된다.” 한발 앞서 개입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퇴임사에서는 구조조정이 “냉엄한 진검승부”라며 “철저한 사전적 준비와 결연한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정부는 사전준비와 실천의지 모두 실종됐다. 이헌재는 책에서 이런 말도 했다. “사회 전체론 뼈를 깎는 것이겠지만, 깎여 나간 사람 입장에선 전체를 잃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 그런 만큼 암묵적으로 국민이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게 구조조정이었다.”

지금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국정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에 휩쓸려 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도대체 경제는 어찌하려고 다들 손을 놓고 있는가.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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