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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삶의 보람·즐거움 얻으려면 자원봉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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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31 01:21:03 수정 : 2016-10-31 01: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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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대가보다 행위 자체가 즐거운 것
무료하게 사는 사람들 봉사로 의미 찾길
40대 아버지가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투덜댔다. 어느 날부터 중학생인 아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의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놓기 시작했다. 몇 번은 모른 척했는데도 아들이 계속 며칠 만에 한번씩 구두를 닦는 것이었다. 아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뿌듯해서 어느 날부터 용돈을 주며 칭찬을 해줬다. 아들이 신나서 더 열심히 구두를 닦았다. 이런 과정이 몇 번 지속되고 난 후 아버지는 용돈을 줄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그냥 칭찬만 했다. 그랬더니 실망한 빛을 띠던 아들은 아버지의 구두를 더 이상 닦지 않았다. 구두를 닦으라는 말을 들은 후에야 불만에 찬 표정으로 억지로 닦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그는 이런 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동기’라고 부른다. 즉, 모든 행동에는 그 이면에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는 다양하지만 크게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나눌 수 있다. 내재적 동기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재미나 보람 또는 의미가 있어서 하는 행동이다. 어린아이들의 행동은 거의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저녁 시간도 잊고 노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한다.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그 행동을 통해 외부에서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어른들의 행동은 대부분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일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일차적인 목적은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의 더러운 구두를 닦는 것이 의미가 있어 닦았다. 즉,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용돈을 받게 됐다. 용돈은 비록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외부의 보상이므로 아들은 점차로 구두를 닦는 행동의 이유를 용돈과 결부시키게 된다. 그 결과 구두 닦는 행동이 결국 용돈을 받는 수단이 되고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그 후 구두를 닦았는데도 기대했던 외부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그 행동을 할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에는 내재적 동기에 의해서 하던 행동이 그 의미가 외재적으로 변한 대표적인 것이 ‘일’이다. 우리는 당연히 일을 하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일이란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어린이들이 부모가 하는 일을 옆에서 거들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하지 않아도 처벌이 없다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재미와 보람을 준다. 하지만 행동을 주관적으로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느끼는 순간 순수한 재미와 보람은 줄어든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료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을 권한다. ‘자원봉사’는 문자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고 ‘봉사’는 보수를 받지 않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은 삶의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지름길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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