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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해적당 판치는 유럽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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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1 00:51:08 수정 : 2016-11-01 00: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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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정치 확 바꿔보자’ 신생 정당들 약진 / 지나친 포퓰리즘… 경제·정치 불안 우려도
아이슬란드에 해적이 판치고 있다. 칼을 들고 배를 탄 해적이 아니다. 해적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당의 당원 활동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적당은 29일 열린 총선에서 14.5%를 득표해 원내 2당으로 대약진했다. 연정 구성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슬란드의 정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해적당은 지난 18개월 동안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2위를 오르내리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결과다. 기성체제에 대한 반발이 이름도 기괴한 해적당의 급부상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해적당은 4년 전 인터넷 활동가들이 결성한 신생 시민정당이다. 식상한 기존 체제를 바꾸려는 청년의 정치적 모임이다. 시민의 권리를 중시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주창한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에 있어서도 개인의 자유와 정보 보호를 강조한다. 빈말로 가득한 구태 정치를 완전히 바꾸겠다며 해적을 정당 이름으로 삼았다. 당의 로고도 실제로 바람에 휘날리는 해적선의 돛대와 돛이다.

정치 경험도 없는 젊은 층이 구성한 신생 정당에 국민이 지지를 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부패한 정치를 확 바꿔보자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 의혹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되면서다.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빼돌린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명단에 등장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총리는 조기총선을 약속하고 사퇴했다.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은 참신한 대안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항의와 반발 물결은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스페인에서는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약진하며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같은 달 이탈리아에서도 오성운동은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약진했다. 로마에서는 압승하며 30대 여성시장을 배출했다. 오성운동은 시민 친화적 정책을 강조한다. 오성운동의 5개별은 공공 수도, 지속가능한 교통, 지속가능한 발전, 인터넷 접근 권리, 그리고 환경을 의미한다. 또 유럽 통합에 회의적이고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운다.

유럽 내 신생 정당의 약진은 우선 21세기 정보통신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 모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오성운동도 초기엔 인터넷 토론 포럼을 위주로 성장했다. 포데모스는 인터넷을 이용해 민중모금을 실시해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들 모두 주요 후보도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뽑는다. 정치가 직업이 아닌 시민이 후보가 되는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 참여를 이끌어 낸다.

그러나 이들 젊고 참신한 정당이 각광을 받는 더 큰 이유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부패에 대한 실망이다. 그리고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와 삶의 질 하락에 대한 국민의 집단 저항이다. 성장둔화, 청년 실업률 증가, 최순실 사태 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의 인터넷 수준은 앞의 세 나라보다 훨씬 높다. 지나친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현상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정치 및 경제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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