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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지속된 비선실세 의혹
진실 덮고 왜곡한 ‘이너 서클’
실체적 진실 규명하고
거짓이 더 큰 범죄 교훈 남겨야
드디어 그들이 청와대를 떠났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곁을 떠난 것은 박 대통령 보좌를 맡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본지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교체론이 쏟아진 지 1년 11개월 만이다.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해 그런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 3인의 거취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그들을 후임도 못 구한 상태에서 내보낼 정도로 ‘최순실 파문’이 거세다.

숨겨진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여기저기서 ‘퍼즐 맞추기’가 한창이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대통령의 기이했던 행적 배후로 최씨를 지목하는 식이다. 진짜 비선 실세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이었다? 이번 파문으로 ‘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했다는 발언이 화제다.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씨, 2위는 정윤회씨,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권 초기 측근 비위를 감시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최순실 문건’도 만들었어야 한다. 박지만 부부에 관한 보고서가 10여건에 달하고 정윤회 동향 보고서도 만들어졌는데 왜 최순실 보고서는 없었을까.


황정미 논설위원
정윤회 문건 보도를 전후로 그에 관한 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가 대통령 관저를 자주 들락거리고 박 대통령을 언니로 부르며 옷, 액세서리 등을 챙겨준다는 ‘뒷담화’ 수준이었다.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인사들조차 대통령의 ‘오랜 말벗’쯤으로 여겼다. 이제 와서 그들은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한다. 박 전 경정이 어떤 근거로 최씨를 1순위로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그 윗선에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만큼 그를 주목한 이는 없었다. 대통령과 3인방 같은 극소수 측근만 그의 실체를 알았다. 박 전 경정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건을 작성했던)그때 정씨는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정 부부가 모두 실세처럼 움직였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인사는 최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연설문 수정, 대통령 일정·메시지 관리 등은 박 대통령 정치인 시절 비서실장 출신 정씨가 맡았던 일이라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정씨는 그 일에서 빠지고 최씨가 최측근으로 등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2014년 5월 이혼했지만 그 전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뤄진 2012년 7월 전후로 박 대통령이 정씨와의 접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정씨에게 ‘외국에 나가 있으라’는 권유가 있었다. 정씨가 그 후로도 자신이 데려온 3인방 등과 접촉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도 대통령과 관계는 최씨에 ‘밀린’ 셈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전 의원은 최순실 파문이 ‘정씨의 보복전’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두 사람은 이혼 당시 결혼 기간 중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조항,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사항에 합의했다. 그만큼 많은 비밀을 공유한 ‘적대적 공생’ 관계다. 어느 한쪽이 칼을 던지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된다. 최근 스캔들에 “나는 할 말이 없다”는 정씨 답변은 한때 공모자의 침묵이라고 생각한다.

정윤회 문건 파동 후 검찰은 “비선 세력은 없다”고 면죄부를 줬다. 우병우 민정수석 체제와 3인방 호위 속에 최씨 존재는 더 은밀해지고, 더 강해졌다.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진이 갖춰진 이후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처럼 설명했지만 그때는 이미 태블릿 PC가 필요없을 정도로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어떻게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무력화됐는지 일일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폭로한 건 영화 ‘내부자들’처럼 의리의 정치깡패도, 정의로운 검사도 아니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내부 잡음, “고구마를 캐다 무령왕릉이 나왔다”는 이화여대 사태가 단초였다. 검찰이 진실의 장막을 걷어낼지 의문이다. 다만 진실 은폐와 거짓이 더 큰 범죄라는 역사의 교훈을 믿을 뿐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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