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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삶… 시대 뛰어넘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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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21:41:05 수정 : 2016-11-14 2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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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사마천 지음·김원중 옮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장 폴 샤르트르의 말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서 내린 결정은 그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간신으로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영욕의 삶을 살아간 수많은 군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사마천의 ‘사기열전’이다.


정양호 조달청장
사마천의 ‘사기’에는 왕과 제후의 이야기를 다룬 ‘본기’ 및 ‘세가’도 있지만, 그 백미는 그들을 도와 격동과 파란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영웅, 충신, 간신, 자객, 전략가, 사상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열전’이다.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열전’에서 시작하여 상앙, 한비자, 공자, 맹자를 거쳐 오자서, 굴원, 이사, 장의, 한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가와 영웅호걸 이야기를 조명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유명한 자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자객열전’, 현대판 경영학 이론처럼 돈벌이 사례를 다룬 ‘화식열전’이 있다. 기지와 해학과 만담을 다룬 ‘골계열전’은 점잖은 역사서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통해 사마천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하면서까지 죽음보다는 역사가의 길을 선택해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저술한 이유를 느껴볼 수 있다. 사마천이 ‘사기열전’에서 그린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은 객관적 사실과 기록의 전달이라는 측면을 넘어서, 각 인물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가 강하게 반영된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보면 결국 백이와 숙제, 굴원과 오자서와 같은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궁형을 당한 자신의 억울한 모습을 투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역사적 잘못들을 후대에 알려 귀감으로 삼으려 했던 욕망이 궁형의 치욕을 딛고 역사가로서의 역작을 완성하게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기열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살아 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소개된 다양한 인간군상은 어쩌면 이익과 손실, 탐욕과 베풂, 도덕과 본능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친구의 배신으로 죽음을 당해야 하는 사람, 재주는 있지만 신임을 얻지 못해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그 모습이 다소 변형되기는 하지만 다시 현대인의 삶을 찾아온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다. 타산지석의 교훈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자주 찾아본다.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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