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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타오르는 촛불, 명예혁명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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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0 21:52:41 수정 : 2016-11-20 2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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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숱한 결점에도 대선 당선
파워엘리트 기득권 깨기 절박감
촛불도 부패 기득권층 향한 분노
잘못된 사회시스템 혁파로 가야
한국에서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의 광화문 일대가 ‘촛불’ 바다를 이룬다. 국민의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에 정리해야 할 대상은 비단 제왕 같은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그의 밑에서 기생해온 한국의 기득권층 파워 엘리트 집단이 동반 퇴진하지 않으면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부패한 정치인, 정권에 부역한 고위 관료, 입신양명에 눈이 먼 검찰 수뇌부, 상도덕을 버린 재벌 일가, 입시 비리로 교육 농단에 가담한 대학 교수 등이 모두 동반퇴출 대상이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은 파워 엘리트가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층을 거부하는 뒤틀린 사회 현상의 일부이다. 포퓰리즘이 국가나 사회 공동체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기득권층을 끌어내리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지구촌 곳곳에 포퓰리즘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등 선거가 있는 나라에서는 유권자가 신성한 주권 행사를 통해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촛불 봉기를 통해 썩어빠진 기득권 지배 체제의 해체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11·8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결코 아니다. 미국인은 민주, 공화당의 기득권 파워 엘리트가 번갈아가며 권력을 나눠 가지는 현 정치 시스템의 파괴를 갈망해 왔다.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은 요인은 수십 가지가 있겠지만 그 출발점은 트럼프가 ‘아웃사이더’이고, 클린턴이 ‘인사이더’라는 점이다. 정치에 몸담은 적이 없는 트럼프는 자신이 소속한 공화당도 혁파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승리했다. 클린턴은 기득권 체제 옹호자로 비쳐졌다.

미국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칼럼니스트 설레나 지토는 미국 대선 직전에 이미 “엘리트주의는 죽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엘리트가 떠받쳐온 사회와의 계약은 이미 깨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인이 국가, 정부, 군, 대기업, 대형 금융 기관, 대형 병원 등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잘 되지 않아 등록금 빚에 짓눌리고 있다. 대졸 미만 학력자는 제조업 등의 붕괴로 일자리를 아예 찾을 수 없으며 건강보험료와 병원비 폭탄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사회 갈등 해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미국 유권자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인은 압력 밥솥처럼 끓어오른 분노의 탈출구를 트럼프에게서 찾았다. 트럼프의 숱한 결점과 약점은 미국 유권자의 안중에 없었다. 트럼프가 성질이 괴팍하고, 즉흥적이며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도 그를 통해 파워 엘리트가 지배하는 기존 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면 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게 미국 유권자의 절박한 심정이었다.

한국의 토요 촛불 시위 참가자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과 기득권 지배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촛불 바다를 이뤘다. 칼럼니스트 지토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들불은 위험하지만 11·8 대선에 나타난 민심은 그 위험성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한 번 시험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에 국가적, 사회적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 시민 사회는 그 위험을 감수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 탄핵, 2선 후퇴 등 어느 경우에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헌법상의 안전 장치가 준비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리사욕에 눈먼 한국의 파워 엘리트 집단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의 평가 항목 1번은 부패한 한국 파워 엘리트 집단의 수술 능력이 돼야 할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진정한 아웃사이더가 한국 정치권에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의 100만 촛불은 단순히 정권 또는 권력 교체가 아니라 한국 사회 시스템의 혁파로 이어져야 찬란한 빛을 발할 수 있다. 한국의 명예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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