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을 요구하는 당 태종에게 신하들은 순자가 말한 이 구절을 인용해 답하면서 모름지기 군왕은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간언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일본 위정자들의 머리맡에서도 떠나지 않았던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지 깊은 선비들은 ‘정관정요’를 읽었다. 그리고 주군에게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고려 충숙왕 무렵 문관으로서 사헌부 벼슬을 하면서 꼿꼿하게 산 황근(黃瑾)은 “백성인 물이 임금인 배를 띄움을 알려거든 충심으로 ‘편안히 즐겁게 놀기에 눈먼 임금’에게 간해야 하는데, 사간원에서 경계하는 말을 드리지 못했으니 가의(賈誼)가 장사로 귀양가듯 함을 불평할 게 없다.(欲知民水載君舟 要盡忠誠誡逸遊 諫院未能呈藥石 長沙見謫不須愁)”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범죄 혐의 전반에 공모관계가 있다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왔다.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 당·정·청의 주요 간부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후한 말 조정의 권한을 장악하고 권세를 누리다가 나라를 멸망케 한 십상시가 따로 없다. 물론 분별없는 대통령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부끄럽다. 그리고 참담한 심정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水則覆舟: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인데),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
水 물 수, 則 곧 즉, 覆 엎어질 복, 舟 배 주
水 물 수, 則 곧 즉, 覆 엎어질 복, 舟 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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