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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수렁에 빠진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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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4 02:17:10 수정 : 2016-11-24 02: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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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잃은 박대통령,외치 감당할 수 있을까 그제 조간신문에는 페루 리마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 사진이 실렸다. 밝게 웃는 각국 정상들 사이에 서 있는 황 총리 표정은 어색해 보인다. 황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오바마가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앞을 고개 숙인 채 지나가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총리 모습이다. 이번 에이펙은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국제정세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국제행사였다. 하지만 황 총리는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 양자회담 한 번 하지 못했다.

인간은 누구나 남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설득하려고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가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노력한다. 그게 바로 외교다.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 사이에 이뤄지는 정상외교는 외교의 정점이다. 막후에서는 국익을 관철하려는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진다. 정상외교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원재연 외교안보부장
우리 외교가 수렁에 빠진 형세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스캔들인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외교에도 불똥이 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정치권이 탄핵을 추진하면서 정상외교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다. 다음달 초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이는 탄핵안이 의결되면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 정상회의에 임박해 개최국 일본에 불참을 통보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게 뻔하다. 총리가 대신 참석할 수는 있지만 리마 에이펙 정상회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부결돼 박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해도 문제다. 국민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제대로 된 협상력을 발휘할 리 만무하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한 전문가는 “대통령의 대외적인 위신이나 신뢰도가 가장 낮은 수준에서 국익을 대변하기는 어렵다”면서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정상회의 자체를 연기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대미 외교도 걱정이다. 우리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와 조율할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북핵,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들이다.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뒤 3개월 안에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해 미 정부 대외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지금과 같은 국정마비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외교적 손실이 우려된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여 트럼프 당선자를 만난 이웃나라 총리 행보와 대비된다.

지금은 미국 정권 교체기다. 한반도 정세도 불안정하다. 정상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리더십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외치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안보 격랑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을 우리 정상이 박 대통령이선 안 된다는 게 민심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자리에 연연할수록 대한민국 외교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원재연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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