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배연국칼럼] 독화살은 누가 뽑나

관련이슈 배연국 칼럼

입력 : 2016-11-24 22:05:19 수정 : 2016-11-25 01:33: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농단세력 척결 특검에 맡기고
야당은 국정 혼란 수습 나서야
개헌 통해 ‘생산적 퇴진’ 길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 근본 수술해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국이다.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까지 호기롭게 뿌리쳤다. 청와대와 검찰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국가적 혼돈 앞에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찍이 답이 없는 문제는 없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면 위대한 인물의 혜안을 빌리는 노력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옛날 부처가 제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세계는 시간적으로 영원합니까? 인간의 영혼은 죽은 후에도 존재하나요, 존재하지 않나요?” 부처가 나지막이 말했다. “어떤 사람이 독이 묻은 화살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면 빨리 그 화살을 뽑아야 하네. 그렇지 않고 ‘누가 이 화살을 쏘았을까, 무슨 독이 묻어 있을까’ 하고 따지다가는 독이 온몸에 퍼져 결국 죽고 말 것이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2500년 전 인도의 이야기를 오늘 대한민국 사회로 불러온 것은 다른 뜻이 아니다. 우리가 찾는 답이 거기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정의 심장부가 ‘부패의 독화살’을 맞은 것이나 진배없다. 독화살을 쏜 이는 최순실이라고도 하고 박 대통령이라고도 한다. 검찰이 공범관계라고 했으니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검찰과 특별검사가 맡아 철저히 밝힐 일이다. 나중의 일이지만 퇴임 후의 형사적 소추 절차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곳은 국정 혼란의 독 기운이 나라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범인 찾는 일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현재의 상황에 화가 치밀 것이다. 그러나 분노의 감정은 촛불을 들게 할 수는 있어도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한다. 더구나 정치인들마저 분노의 민심에 편승해 촛불을 들면 사태는 누가 수습하나. 입으로 애국을 외치면서도 혹시 손에 독이 묻을까 독화살을 빼는 일에는 다들 주저한다.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탄핵 카드를 꺼내든 야당은 책임총리를 일축하고 있다. 탄핵을 하더라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거국중립내각을 이끌 책임총리가 필수적이다. 야당이 뿌리친 김병준 총리지명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청와대와 야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상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다.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나라 안팎의 난기류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국정 혼란의 조기 수습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개헌문제를 논의의 테이블에 올리는 일도 빠뜨릴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전횡의 칼자루를 쥐어준 제왕적 대통령제도 책임이 작지 않다. 차제에 병든 대통령제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까지 농락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개헌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여야 협의가 빨라지면 조기 대선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개헌을 하면 자신의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 미온적이다. 작은 사익을 위해 국익을 외면하면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한다. 대통령은 거부한다. 그렇더라도 국회마저 그 문을 닫아걸어선 안 된다. 개헌이야말로 질서 있는 퇴진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생산적 퇴진’의 길이다. 촛불을 든 어린 세대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민주 시스템 구축에 정치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히 위기다. 그러나 위기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나쁜 일을 당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좋은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정 농단의 독화살을 확실히 뽑아낼 절호의 찬스다.

우리 앞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현명한 농부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비설거지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처지가 바로 그렇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