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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다이내믹 코리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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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7 21:33:15 수정 : 2016-11-28 0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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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한류 벼랑 끝 내몰려
한국 국정마비 상황 조롱까지
정상외교 실종… 국익까지 해쳐
빨리 사태수습 저력 되찾아야
지난 25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는 ‘KMA(Korea Media Association) 재팬’ 발족식이 열렸다. 이 모임은 일본에서 한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요 미디어와 기획사 등을 하나로 결집한 네트워크다. JYP 엔터테인먼트 재팬, SM 엔터테인먼트 재팬, NHK 엔터프라이즈, 더 스타 재팬, 한류 엠포스트, 일한문화교류회 등에서 온 80여명이 발족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2017년에는 한류를 꼭 되살려보자며 자발적으로 뭉쳤다. 하지만 주일 대사관 인사는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정부의 무관심 속에 행사가 진행됐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불붙기 시작한 한류가 막걸리 등 음식 문화에 이어 케이팝(K-Pop)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우수한 콘텐츠 덕분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계획적으로 수출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잘나가던 한류가 갑자기 얼어붙은 것은 정부 간 관계 악화 때문이다.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만 잡았다. 일본 내 한류 관련 업계는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다. 한 참가자는 “한류를 살려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정부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는데, 최근 한국 상황을 보니 엉뚱한 데다 정신을 파느라 그랬나 보다”며 혀를 찼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앞서 지난 23일에는 일본 교토에 있는 도시샤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 18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시인 윤동주가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저항시를 썼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렸던’ 시인 윤동주 선배가 지금 우리 곁에 있었다면 마냥 부끄러워했을 것만 같은 자괴감의 시대에, 이국에 있다는 이유로 더는 침묵할 수 없음에 우리는 양심으로 뜻을 모아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빠른 해결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들에게는 지금 한국의 상황이 일제강점기만큼이나 어둡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한국의 ‘국정농단 사태’는 매일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은 한국의 사태를 희화화하면서 한국의 국격 추락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틀린 얘기도 아니어서 수치심을 견딜 수밖에 없다. 일본이 다음달 도쿄에서 개최하길 원하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 한국 정부가 “박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내에서는 “탄핵 결의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시선이 강하다. “박 대통령이 참석한들 현안을 진전시킬 수나 있겠느냐”는 조소 섞인 회의론도 나온다.

국정 마비 상황은 시간을 끌수록 국익을 해친다. 당연한 얘기다. 숨가쁘게 달려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외교 현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의 국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 러시아와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중국과는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등을 주제로 정상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뛰어도 아베가 원하는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냉혹한 외교 무대의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정상 외교 실종 상태다.

구한말 시대 조선의 이미지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국제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없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시키면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거듭났다. 붉은 악마의 역동적인 응원도 세계에 한국의 존재감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그때를 기점으로 한류도 전 세계로 확산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한국은 국정농단 사태로 갈림길에 서 있다. 자괴감에 매몰돼 세계 무대에서 뒷걸음질치며 존재감 없는 나라로 주저앉을 것인지,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다이내믹 코리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것인지의 갈림길이다. 일본에서 현지 TV를 통해 중계되는 광화문의 ‘촛불’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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