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웰터급의 김동현(부산 팀매드)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4TP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4TP 체육관에서 만난 김동현은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창시절을 통틀어서 주먹다짐을 해본 적이 없다. 성향이 둥글둥글하고 온화한 편이다. 내가 힘을 기른 이유는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곧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계속해 왔다. 연습할 때 실전처럼 스파링을 하니까 실전감각은 문제없다”고 특유의 파이터 기질을 과시했다.
김동현은 야수들이 득시글대는 옥타곤에서 ‘아시아 최강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것도 세계 남성의 평균 키와 몸무게에 알맞은 체급이기에 선수층이 두텁기로 소문난 웰터급에서다. 일본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뒤 2008년 한국인 선수 최초로 UFC에 데뷔한 김동현은 데뷔 5연승을 포함해 통산 전적 16전12승(4KO)3패 1무효를 자랑한다.
김동현은 앞으로 UFC 1승만 더 거두면 미들급에서 활동한 오카미 유신(일본)의 아시아 선수 옥타곤 최다승(13승)과 타이를 이룬다. 김동현은 “최다승 타이에 큰 의미는 없다. 나중에 UFC 선수 전체를 통틀어서 최다승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며 “동양 선수들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과 특유의 끈질긴 승부가 강점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이룰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도전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용인대에서 유도를 전공한 김동현은 UFC에서도 손꼽히는 수준급 ‘그래플러’다. 그래플러는 입식 격투가와 달리 유도, 레슬링 등의 기술을 활용해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누르거나, 관절을 꺾는 등의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를 일컫는다. 김동현도 UFC 무대에서 최강 그래플러가 되길 원한다. 김동현은 “젖은 이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상대를 위에서 누르면 도저히 못 일어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불을 영어 발음대로 읽으면 악마(Evil)가 된다는 데서 어감도 좋다”며 웃었다.
김동현은 후배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른바 돈을 쫓는 ‘싸움꾼’보다는 격투를 사랑하는 ‘무도가’로 성장하라는 얘기다. 김동현은 “큰돈을 벌고 유명해지려고만 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격투기 선수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수련 자체가 목적인 무도가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김동현은 옥타곤에 오를 때마다 빨간색 속옷을 입는다. 평소 미신을 많이 믿는 것으로 알려진 김동현은 빨간색 속옷이 긍정의 기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빨간색 속옷을 입고 경기에 나설 때마다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같이 다소 엉뚱하지만 낙관적인 성격의 김동현은 옥타곤에 오를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탓에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김동현은 현역 은퇴를 하더라도 운동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생이 무도가이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은퇴하면 대중에게 잊히는 것은 당연하다. 내 위치로 돌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무도가는 평생 동안 배울 게 있는 만큼 나이 60세가 되어도 체육관에 있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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