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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김정은 ‘촛불의 힘’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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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9 20:39:07 수정 : 2016-11-29 20: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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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으로 민주시민 굴복 못 시켜… 적화통일 꿈 포기해야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다.”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다. 대화 상대가 아닌 제거 대상이다. 국제사회와 손잡고 초강도 포위 압박작전을 구사한 배경이다. 


김환기 부국장
그런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의 탄핵압박을 받다 29일 “정치권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자업자득이다. 배신감은 지지철회와 촛불시위의 동력이었다. 숙적 박 대통령의 추락은 김정은에겐 천우신조의 상황반전임에 틀림없다. 김정은이 취미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놀이’를 자제하는 건 박 대통령이 위기에서 탈출할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기고만장해 있다. 서울 침투 특수작전부대 등 군부대 시찰을 크게 늘리고 있다. 북한 매체들도 촛불시위 소식을 신속히 주민들에게 전하며 박 대통령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체제를 단속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상투적 수법이다. 핵무기를 갖고 있는 데다 남한도 혼란스러우니 ‘적화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김정은은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공세와 선전전은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내고 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달 25일 “천하에 둘도 없는 탕녀의 추악한 정체는 계속 드러날 것이며 비참한 종말이 더욱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분별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잘못했다. 하지만 니(김정은)가 할 말은 아니다. 꺼져라 돼지야.” “너나 잘하고 지껄여라. 국제적 살인마.”

맞장구는커녕 북한을 되레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에서 강한 대북경계심이 읽힌다. 3대 세습의 폭정과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인 북한은 남한 내정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자격이 없다는 게 우리 국민의 일반적 인식인 것이다. 북한의 얕은 노림수에 넘어갈 우리 국민은 거의 없다. 이뿐인가.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박근혜는 항복하라, 민중이 승리하는 래일(내일)을 만들 것이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전날 일어난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 10여 장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은 시위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사회’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반응이다. 자유로운 시위 문화가 새로운 한류가 되어 북한으로 확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정은의 속내가 마냥 편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이 명심할 것이 있다. 박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국민과의 대결에선 결코 승리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헌법을 훼손한 통치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190만 시위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묻게 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강한 저항의식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강의 무기다.

핵무기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깨어 있는 우리 국민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우상화와 공개처형 리더십이 우리 국민에게 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역사상 후진적 리더십이 선진 국민을 이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적화통일의 허황된 꿈을 접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에게 탄핵당하지 않으려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촛불시위에서 김정은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김환기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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