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정미칼럼] 기승전 우병우

관련이슈 황정미 칼럼

입력 : 2016-11-30 01:40:13 수정 : 2016-11-30 01:40: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윤회 문건’ 보고 라인 축출 후
청 비서실·국정원·기무사 장악
최순실 그림자 어떻게 덮었는지
특검에서 전모 밝혀내야
‘최순실 드라마’의 얼개가 갖춰지면서 주연, 조연, 단역급 인사들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 감독·기획으로 짜인 이 드라마에서 주연급인 줄 알았던 안종범, 차은택은 조연급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최순실 시대에 권세를 누렸던 이들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역할 줄이기에 급급하다. 최씨 지시로 차은택이 만났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고 한다.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도무지 어떻게 이뤄졌고, 지금껏 은폐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주연급인 박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최씨 소유의 태블릿 PC가 언론에 공개된 다음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씨)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 태블릿 PC에 담긴 자료가 2014년 4월 이전 것들이니 그 이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됐다는 뜻처럼 들린다. 물론 정호성 수사를 통해 올 4월까지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긴 했다. 하지만 실제 2014년 4월 이후 청와대 등 권력 주변의 정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황정미 논설위원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비선실세 의혹을 수집했던 박관천 경정이 2014년 2월 경찰로 쫓겨난 데 이어 직속 상관인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4월 경질됐다. 7월에는 민정수석실 감찰 담당 경찰들이 물갈이됐다. “‘역린’을 건드린 대가”였다. 세계일보가 문건을 보도하기 4∼9개월 전 일이다.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도 바뀌었는데 최근 TV조선은 대통령 보고용으로 작성된 듯한 홍 수석 후임 인사자료를 최씨 사무실에서 입수했다고 전했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그해 5월, 김영한 민정수석이 6월 임명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2014년 5월 말 경질됐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본지 기자들이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로 같은 해 5월 중순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접촉했을 당시 박 회장은 남 원장에게 청와대 보안 시스템 점검을 요청할 뜻을 밝혔다. 육사 선배인 남 원장을 신뢰하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남 원장은 경질됐고 청와대 문건 유출건은 유야무야됐다. 여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장, 기무사령관, 비서실장 등 대통령 측근(비선)을 감시하는 책임자들이 줄줄이 교체된 시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박지만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2014년 10월 1년 만에 전격 교체됐다. 최근 박 대통령이 아닌 최씨 작품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순실 사단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접수한 것도 이때쯤이다. 정유라 승마대회 판정 시비와 관련해 문체부 직원 2명이 문책받은 데 이어 유진룡 장관이 2014년 7월 경질됐다. 유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나가자마자 바퀴벌레들이 쫙 출몰했다”고 했다. 차은택이 추천한 김종덕 장관이 같은 해 8월 취임한 후 미르·K스포츠재단 사례에서 드러났듯 그들의 놀이터가 됐다.

박 대통령이 ‘보좌체계를 완비’한 2014년 4월 이후 비선 의혹을 감시, 견제할 체제는 무력화했다. 권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아는 이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왕실장’으로 불린 김 전 실장은 인사 라인에 있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더 주목되는 이는 우병우 전 수석이다. 김기춘은 ‘3인방 세상’을 불편해했지만 우병우는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최순실 드라마’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의 청와대행 전후로 최순실과 우 전 수석 장모 등이 골프 회동을 했고, 지난해와 올해 최씨, 차은택 비위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조응천 의원이 ‘우갑우’로 부를 정도로 검찰, 국정원 직보 라인을 갖춘 실세였다. 무엇보다 ‘정윤회 문건’ 수사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최씨 실체를 알았을 것으로 본다. 검찰 수사 과정에 최씨 관련 내용이 있었다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감안하면 그에게 직보됐다고 봐야 한다. 그가 어떻게 문건 수사를 축소했고, 이후 최순실 사단의 행태를 묵인 또는 조력했는지를 파악해야 전체 그림이 맞춰진다. 특검이 그를 주연급으로 조사해야 할 이유다.

황정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