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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언론도 무릎 꿇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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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1 01:31:26 수정 : 2016-12-01 0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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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역할 외면… ‘최순실 사태 부역질’ 뼈 깎는 반성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부역자’라는 말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정치에 입문해서 대통령이 되고 3년10개월이나 비정상적인 통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부역자의 협조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실상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친박(친박근혜)계를, 야당들은 야당대로 여당 의원들을 부역자로 비판하고 있다.

부역자의 사전적 뜻은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옷 색깔이나 액세서리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외교안보 정책과 주요 연설문, 중앙부처 인사 같은 중요한 문제까지 스스로 힘으로 생각해 결정하지 못했다. 비선에게 물어봐야만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오랜 세월 이를 들키지 않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동진 정치부 차장
여기에는 최순실과 박 대통령, 문고리 3인방의 행각이 그만큼 교묘했던 탓도 있지만 부역의 도움도 분명히 있었다. 박 대통령의 치명적 결함을 직간접으로 느끼고도 묵인해 온 새누리당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권력의 비정상적 작동 방식을 제대로 간파해 견제하지 못한 ‘허약한 야당’도 떳떳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권력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지금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언론도 부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앙 일간지와 지방지, 각종 방송사, 전문지 등에서 1300명의 기자가 국회를 출입한다. 그 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씨가 자신의 아바타 박근혜를 통해 정국을 좌지우지했다. 수많은 허점과 이상징후가 있었는데도 언론은 철저한 검증의 칼을 들이대지 못했다.

정치인 박근혜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오만의 극치” 등의 짧은 몇 마디 단어만 내뱉었다. 한때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전여옥 전 의원은 이 같은 발언들이 사고가 깊지 못해서 나온 ‘베이비 토크’일 뿐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대통령의 발언 뒤에 엄청난 고뇌와 사유가 깔려 있는 것처럼 포장해주기 바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청와대 입성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 번 하지 않고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청와대 기자단이 미리 질문 순서와 내용을 정해 알려주면, 박 대통령은 참모들이 적어준 모범답안을 수험생처럼 달달 외워 답변했다. 기자단은 박 대통령을 위해 질의응답을 생략해주는 친절도 아끼지 않았다. 기자들 스스로 권력견제 수단 중 하나인 기자회견 자리를 대통령 알현을 위한 의전행사로 격하시킨 셈이다.

박 대통령은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몇몇 기자들이 “질문을 한 번도 안 받으면 어떡하느냐”고 외쳤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뒤늦게라도 질의응답을 요구한 것은 다행이지만 “박 대통령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는 입을 닫다가 궁지에 몰리니까 항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황당한 권력이 두 번 다시 탄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대통령이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린 현 상황에 대해 한국 언론도 분명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나를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언론 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각성이 필요한 때이다.

김동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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