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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2월5일 열린 국민교육헌장 선포식.
국가기록원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베이비부머들에겐 씁쓸한 추억으로 남은 국민교육헌장. 내용도 어렵고 393자나 되는 전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는 건 어린 시절 고역이었다. 외우지 못했다간 선생님의 회초리를 맞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1968년 12월5일 헌장이 선포되기까지 6개월 동안 내로라하는 지성들이 매달렸다. 야당 당수와 학자 등 48명이 참여한 심의회에서 초안을 여섯 번이나 뜯어고치는 산고를 거듭하며 최종안을 확정했다. 군국주의 잔재인 일본의 교육칙어와 유사하고, 박정희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 한다는 반대 여론에도 국회에선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헌장은 곧바로 국민의 일상을 옥죄었다. 교과서마다 앞머리에 전문이 실렸고 입사시험, 국가고시에도 관련 문제가 의무적으로 출제됐다. 어디 그뿐인가. 어린이 암송대회를 열고 음반까지 만들어 보급할 정도였다. 코미디 같은 일이었지만 당시 시대상황이 그랬다. 애국심을 고취한다며 극장에선 영화 시작 전 기립해 애국가를 듣고 아침저녁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하는 시절이었으니….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국민교육헌장은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199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상에 둘도 없는 금과옥조라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국민은 정신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이다.

김규영 편집위원

△1884년 12월6일 김옥균 주도 갑신정변

△1941년 12월7일 일본, 진주만 기습공격

△1980년 12월8일 존 레넌 뉴욕에서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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