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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탄핵정국 속 중대 기로 맞은 12·28 위안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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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4 19:31:22 수정 : 2016-12-14 19: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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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논란… 외교부 “올 것이 왔나” 공 어디로 튈지 긴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가 타결 선언 1주년을 앞두고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이끌어낸 야당이 내치(內治)에서는 국정교과서 문제, 외치(外治)에서는 12·28 합의를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실정(失政)으로 규정하고 무효화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61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털양말을 신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61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털모자를 쓰고 있다.
남정탁 기자
◆탄핵 정국 표적된 12·28 합의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나온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일성엔 12·28 합의 중단이 포함됐다.

12·28 합의는 불씨를 안고 출발했다. △불명확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소녀상 언급 △일본 정부 출연금(거출금)의 성격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안부 문제 비난 자제 조항 등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배상 등 명예회복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12·28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피해자를 배제한 채 제3자(한국 정부)가 나서 범죄자(일본 정부)와 멋대로 합의한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 우리 국민과 피해자가 납득할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던 정부 입장이 무색한 상황이다.

12·28 합의는 박근혜정부 대외 정책의 변곡점이기도 했다. 12·28 합의를 분수령으로 해서 G2(미국과 중국)를 넘나들며 나름 자기주도적인 행보를 보이던 박근혜정부 대외 노선이 요동쳤다. 지난해 7월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이후 발표된 12·28 합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발표(지난 7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11월) 등 우리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는 출발점이 된다. 12·28 합의 재점검이 박근혜정부 대외 정책의 전반적인 재평가라는 성격을 갖는 이유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12·28 합의 무효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12·28 합의 무효를 선언한 바 있다. 분당 위기의 새누리당은 어정쩡한 분위기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여당 의원은 13일 “12·28 합의가 잘된 합의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이미 국가 간에 합의한 사안이라 재협상은 아닌 것 같다”는 복잡한 감정을 전했다.

◆“올 것이 오나”… 긴장하는 외교부


외교부는 야당 압박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일단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이 어디로 튈지는 모르는 탓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12·28 합의에 대해 “탄핵 정국 하의 외교정책은 외교 공백 있어서는 안 되고, 외교안보는 안정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 하에 관련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과정이나 2018년 새 정부 출범 후 우려했던 사태가 조기에 현실화됐다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외교부 내에서는 “국회 청문회도 각오하고 있다”(당국자)고 말할 정도로 12·28 합의를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으로 여겨왔다.

특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 및 소식통은 윤 장관이 청와대 측에 “이렇게 합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밝힌 청와대 측이 박 대통령인지 위안부 문제 협의를 주도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주무 장관인 외교장관은 당초 합의에 반대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 외교부 수뇌부에서는 한·일 양국 간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 정도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안이한) 반응도 있었다”며 “구체적인 문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합의를 수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교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61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남정탁 기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61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남정탁 기자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박 대통령이 2015년 내 타결이라는 식으로 시한을 못박는 듯한 분위기였다”며 “지난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야당이 12·28 합의 무효화와 재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12·28 합의의 법적 성격, 화해·치유재단 처리와 일본 정부가 내놓은 10억엔 반환,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영향 등이 고려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는 12·28 합의 무효화가 가능한지와 파기 시 국제사회에서의 공신력에 대한 영향이 핵심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강일출 할머니 등 피해자 12명이 12·28 합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지난 2일 첫 재판기일에서 재판부는“위안부 협의(합의)는 조약 절차를 거친 것 같지는 않고 정부 대표자들끼리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같다”며 “이 합의가 외교협정의 성격인지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하게 설명해 달라”고 국가 측에 요구한 상태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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