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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러시아 황실 샴페인 루이 로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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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6 21:51:45 수정 : 2016-12-16 21: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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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2세 작자 미상
로마노프 왕가는 1613년부터 1917년까지 304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며 발트해와 흑해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왕가입니다. 그중  알렉산드르 2세는 1855년부터 1881년까지 러시아 제국의 ‘대개혁기’를 이끈 황제로 유명합니다. 부친 니콜라이 1세때 러시아가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만투르크 연합군과 벌인 크림 전쟁(1853년∼1856년)에서 패한 뒤 황제에 오른 알렉산드르 2세는 대대적인 국가 개혁에 나서게 되지요. 특히 농노해방령을 공포해 ‘해방 황제’로 불리게 됩니다. 또 자유주의 개혁 정책을 펼쳐 재정, 고등교육, 지방자치, 사법, 군사 분야를 개혁해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끕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개혁은 국민과 이념갈등을 불렀고 결국 1881년 3월 혁명 세력의 폭탄 테러로 사망한 비운의 황제로 남게됩니다.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 홈페이지
알렉산드르 2세는 평소 샴페인을 즐겼는데 루이 로더레(Louis Roederer) 샴페인 하우스의 와인을 가장 사랑했다고 합니다. 루이 로더레는 황제만의 존엄성을 갖춘 샴페인을 공급해 달라는 황실의 요청에 따라 1876년 특별한 샴페인을 만들게 됩니다. 병목에 황실의 문양을 새겨 넣고 투명한 크리스탈 보틀에 와인을 담았는데 이 샴페인이 바로 현재 샴페인의 최고봉으로 군림하는 크리스탈(Cristal·사진)의 원조랍니다. 크리스탈은 100년 넘게 러시아 황실에 공급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루이 로데 7대손인 현 오너 프레데릭 루조(왼쪽)과 필립 스탁. 홈페이지
루이 로더레는 1776년에 설립돼 24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샴페인 명가입니다. 이 샴페인이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된 배경은 바로 이윤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가족 경영 덕분입니다. 루이 로더레는 대부분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가 대자본에 흡수되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가족 경영을 이어가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양조 철학을 고수하고 있답니다. 양조에 필요한 포도의 75∼80%를 상파뉴의 최고급 재배지인 꼬뜨 데 블랑, 몽타뉴 드 랭스, 발레 드 라 마론에 있는 자가 포도밭 214ha에서 공급하는 것도 품질 유지의 배경이지요.

루이 로더레 와이너리 전경. 홈페이지
자가 포도밭은 최상급 샴페인의 필수 조건입니다. 포도 재배부터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자가 포도밭보다 구매한 포도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루이 로더레의 자가 포도밭 비율은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편입니다. 

특히 최고급 샴페인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리저브급 와인을 80만ℓ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통 샴페인은 빈티지 샴페인과 넌빈티지 샴페인으로 나뉩니다. 빈티지 샴페인은 포도 농사가 아주 잘 된 특별한 해에만 그 해에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을 말합니다. 따라서 통상 샴페인 하우스는 여러해에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 놓은 샴페인을 섞어서 만드는 데 이를 넌빈티지(Non Vintage) 샴페인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NV로 표시하지요.

고급 넌빈티지 샴페인은 3년 이상 숙성된 리저브급 와인을 섞어서 만듭니다. 보통 샴페인 하우스는 일반적으로 리저브급 와인을 사용할때 3~5개 빈티지를, 고급 샴페인은 5~7개 정도 사용합니다. 리저브급 와인은 전용 셀러에서 숙성시키며 장기보관하는데 관리비용이 매우 많이 들지만 샴페인에 깊은 풍미와 복합미를 부여해 매년 일관된 고품질의 샴페인을 생산할 수 있지요.

루이 로더레는 50%를 5∼15년 숙성된 리저브급 와인을 블렌딩합니다. 특히 50개의 서로 다른 포도밭 구획에서는 나온 뀌베(Cuvee)로 블렌딩해 샴페인의 복합적인 풍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샴페인 양조에서 뀌베는 포도를 압착할때 가장 처음 나온 최상의 포도즙을 말합니다. 또 2차 병숙성도 규정인 15개월보다도 훨씬 최소한 3년의 숙성을 거쳐 세상에 내놓는 점도 루이 로더레의 품질 경영을 엿볼수 있는 대목입니다.

■루이 로더레 대표 와인

최근 한국을 찾은 루이 로더레 부회장 미쉘 자노(Michel Janneau)씨를 루이 로더레를 단독 수입하는 에노테카 코리아 강남 와인샵에서 만나 대표 샴페인을 함께 테이스팅했다. 루이 로더레가 오랜 세월동안 최고급 샴페인 하우스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 가장 궁금했다. 그는 독립적인 회사, 그랑크뤼 빈야드, 크리스탈 샴페인 등 3가지를 꼽았다.

한국을 찾은 루이 로더레 부회장 미쉘 자노
“루이 로더레는 1776년에 설립돼 오너가 바뀌지 않은 패밀리 와이너리이지요.  사실 최근 대부분 샴페인 회사는 큰 자본에 넘어갔는데 단독으로 규모있게 샴페인 하우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랍니다”. 미셸은 그 이유로 샴페인 대기업들은 생산 규모가 워낙 커 포도밭의 수확량 조절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루이 로더레는 포도밭의 수확량이 조절 가능한데 이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이기 때문이지요. 독립적이라는 것은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랍니다”.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 홈페이지
루이 로더레의 두번째 강점은 상파뉴에서 가장 좋은 포도밭 214ha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포도밭은 그랑크뤼 포도밭인데 480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뉘어져 세밀하게 관리된다. 구획 1개의 크기가 0.4ha 꼴이니 얼마나 포도밭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수있다. “1876년에 탄생한 크리스탈 샴페인도 루이 로더레가 오랜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요. 크리스탈은 그 이름만으로도 마케팅이 필요없는 아이템입니다.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딸립니다. 퀄리티를 보장하는게 특별한 마케팅정도라고나 할까요. 좋은 샴페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밭과 철학, 그리고 양조 노하우 있어야해요. 또 어떤 확실한 스타일과 퀄리티를 추구해야 하지요. 루이 로더레 샴페인 각각 스타일이 다르지만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루이 로더레만의 양조 철학을 공통점으로 담고 있는데 바로 다양성과 복합성이랍니다.”

루이 로더레 샴페인
실제 루이 로더레 샴페인은 50개의 서로 다른 구획에서는 나온 뀌베로 블렌딩한다. 뀌베는 포도를 압착할때 가장 처음 나온 포도즙을 말한다. 매우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는 만큼 다양성이 크고 복합적으로 만들어지는 샴페인이다.

루이 로더레 대표 샴페인들
“적은 생산량도 성공의 열쇠지요. 루이 로더레는 시장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아요. 생산량은 적지만 루이 로더레의  이미지까지 사줄수 있는 고객을 찾아서 분배를 하지요. 생산량을 굳이 늘릴 필요 없어요. 와인 이미지까지 살수있는 고객에게 공급하는 겁니다” 샹파뉴의 샴페인 하우스 전체의 연간 생산량은 3억병인데 루이 로더레는 1%인 300만병 정도를 생산한다.

루이 로더레 브륏 프리미에
루이 로더레 브륏 프리미에(Brut Premier)는 피노 누아 40%, 샤르도네 40%, 피노 뮈니에 20%이다. 미쉘 자노 부회장은 “브륏 프리미에는 넌빈티지 이상의 특별함을 담고 있는 대단한 샴페인이죠. 루이 로더레의 앰배서더 같은 플래그십 와인입니다. 5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작은 구획 포도를 복잡하게 블렌딩해서 만들지요. 따라서 넌빈티지 대신 멀티 빈티지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라고 설명했다. 영빈티지 40%와 5~15년 숙성된 리저브급 50%를 블렌딩했다.  루이 로드레가 자랑하는 스탠다드 샴페인으로 숙성에서 오는 풍부한 아로마와 견고한 골격이 잘 갖춰져 활기차면서도 우아함을 동시에 지녔다. 떼루아를 그대로 잘 반영한 와인이다. 빛나는 옅은 황금빛을 띠며 지속적으로 섬세한 기포가 올라온다. 산사나무향, 토마토, 아몬드 등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아로마가 돋보인다. 첫맛은 산뜻하게 시작되지만 이어 깊이있는 복합미가 느껴지는 상당히 리치한 샴페인이다. 풍부한 과실미와 섬세함, 부드러움이 균형을 잘 이룬다.

루이 로더레 브륏 빈티지(Brut Vintage) 2008
루이 로더레 브륏 빈티지(Brut Vintage) 2008은 피노 누아 70%, 샤르도네 30%다. 싱글빈야드 포도로 빚는데 훨씬 풍성한 풍미가 느껴진다. 피노 누아 비율이 높은 편이다. 피노 누아는 와인의 풍미를 주는 역할을 하며  기본적인 골격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 숙성 잠재력을 얻기 위해서도 피노 누아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런 점이 루이 로더레의 양조철학이라고 한다. 설탕에 절인 과일, 아몬드 크림, 토스트, 화이트 쵸콜렛, 캬라멜 등의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아로마가 넘쳐난다. 독특한 산미와 실크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조화로운 샴페인이다. 유명 와인평론지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매년 1만6000 종을 평가하는데 2003년 톱100 와인 9위에 올랐다. 평균 4년 이상의 셀러 숙성을 거쳐 병입 후 다시 6개월의 숙성을 진행하다. 구릿빛을 띤 옅은 황금색이다. 기포는 천천히 떠올라 아름답게 와인에 녹아든다. 서양 배와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의 신선한 과실미에 헤이즐넛이 더해진 향이 느껴진다. 페스트리와 바닐라의 농밀하고 달콤한 뉘앙스도 살며시 다가온다. 상당히 고혹적이고 복합적인 부케를 보여준다. 과실미가 넘치는 신선함, 피노 누아에서 오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미감, 적당히 녹아 든 바닐라의 달콤함과 오크의 섬세한 풍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루이 로더레 브륏 빈티지 로제(Brut Vintage Rose) 피노 누아 70%, 샤르도네 30%다. 일반적으로 로제 샴페인을 만들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따로 만들어 블렌딩하는데 루이 로더레는 처음부터 포도를 함께 섞어 부드럽게 압착하며 컬러와 함께 뽑아낸다. 1년에 8만~9만병 정도 생산한다. 발레 드 라 마른(Valle de la Marne)의 그랑크뤼 밭 꾸미에(cumieres)의 오래된 포도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한다. 와인수지애스트 2012년 톱 100에 선정됐다. 브륏 빈티지 로제는 최저 3년 이상의 숙성을 거치고 효모찌꺼기를 제거하는 데고르주망 작업 후 6개월을 더 숙성시킨다. 압착하기 전, 5~8일간 피노 누아 포도를 껍질째로 담가둬 색을 추출한 뒤 발효시키는 손이 많이 가는 양조법을 이용한다.

엷은 연어빛의 핑크컬러가 매혹적이다. 야생의 붉은 과일, 꽃, 감귤류의 껍질, 카카오 등 화사하면서도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지배적으로 느껴진다. 또 피노 누아의 풍부한 감칠맛이 고혹적이면서도 깊이있는 풍미를 연출하고 샤도네이의 미네랄이 합쳐져 약간 이국적인 향기가 우아하게 피어난다. 블랙커런트, 블랙베리의 향과 벌꿀향도 어우러진다. 연어, 어린 양고기, 어린 소고기,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루이 로더레 브륏 나뚜루(Brut Nature) 2009
루이 로더레 브륏 나뚜루(Brut Nature) 2009는 베르네제 포도밭의 피노 누아 65%와 샤도네이 35%를 섞었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고르즈망 작업 뒤 손실된 원액과 당을 보충하는 도사주(Dosage) 과정때 당을 전쳐 추가 않는 제로 도사주 샴페인이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필립 스탁(Phillipe Starck)이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그는 샤오미 제품의 디자인도 담당한 인물이다. 미쉘 자노 부회장은 “제로 도사주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루이 로더레의 강력한 의지와 포도밭의 선물, 필립 스탁의 재능이 결합된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브륏 나뚜르는 2006년이 첫 빈티지인데 1974년 크리스탈 로제 이후 42년만에 나온 새 브랜드이기도 하다. 루이 로드레 샴페인중 가장 루이 로드레 답지않은 심플하고 모던한한 스타일의 샴페인이다.

7대손인 현 오너 프레데릭 루조(Frédéric Rouzaud)의 강력한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좋은 해 충분히 잘 익은 피노 누아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가당을 전혀 안했지만 풍성한 풍미를 지녔다. 2009년은 8, 9월에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포도가 최상의 상태로 숙성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떼루아의 특징을 잘 나타낸 깔끔한 산미를 지니면서도 당도가 높아 농밀하고 파워풀한 풍미를 지닌 와인이 탄생했다. 산뜻한 붉은 과실의 아로마가 살며시 올라오고 감귤계의 과실향에 미네랄과 황도 등의 과실, 하얀꽃과 아카시아와 같은 달콤하면서도 풍부한 아로마가 계속 이어진다. 가볍게 로스팅한 헤이즐넛, 스파이스의 복합미도 느껴지는 퓨어하고 모던한 샴페인이다.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은 루이 로드레의 양조 기술의 장점을 모은 프레스티지 뀌베 샴페인이다. 피노 누아 60%, 샤르도네 40%다.

최고급 밭에서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엄선하여 병입 후 평균 5년에 이르는 장기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최고 품질을 추구하는 특별한 샴페인입니다. 크리스탈은 출시된 시점부터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준다. 복숭아, 청포도, 감귤류 등 과일 아로마에 압도적인 미네랄과 훌륭한 균형감을 갖췄다. 끝없이 이어지는 긴 여운을 느낄 수 있고 20년 정도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 로제
루이 로더레 크리스탈 로제는 피노 누아 55%, 샤르도네 45%다. 포도의 작황이 좋은 해에만 만드는 크리스탈은 자사 밭 중에서도 100% 그랑크뤼밭에서 선별된 최고의 포도만으로 만든다. 특히 로제는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사용하며 데고르쥬망을 하지않고 장기 숙성을 거친다. 크리미하고 촘촘하면서도 지속성 있는 기포가 올라오고 무화과, 라즈베리 등의 향기가 감도는 아로마, 붉은 과일의 풍미가 느껴지면 피니쉬는 매우 오래 지속된다. 흰꽃, 카라멜과 같은 다양한 아로마의 우아한 기품과 세련된 질감, 신선한 산도가 살아 숨쉰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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