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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지역 역사 올바른 인식과 공유로 애향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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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6 22:06:35 수정 : 2016-12-16 22: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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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석 울산 대곡박물관장 울산 대곡박물관은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자리하고 있다. 울산 도심에서 차로 40~50분 내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도심과 박물관을 잇는 대중교통편은 하루 3편의 버스가 전부다. 박물관과 도심을 오가는 버스도 2014년 4월에야 생겼다. 이전엔 박물관에서 1.93㎞ 떨어진 천전삼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29분쯤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외딴 곳이다. 박물관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면 찾지 않을 곳이다.

2009년 만들어진 대곡박물관은 규모도 작다.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1901㎡) 크기로, 소장 유물은 107점이다. 대곡댐을 건설하면서 발견된 토기와 철기 등이다. 관람객의 호기심을 끌 만큼 특별한 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도 이 작은 박물관에는 매년 평균 5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찾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는 신형석(51) 대곡박물관장이 있다.

16일 대곡박물관에서 만난 신 관장은 “대곡박물관만이 가진 장점을 찾아 내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박물관에 비해 접근성, 볼거리 측면에선 약점이 있지만, 대곡천 유역의 천전리 각석, 반구대, 집청정 등의 유적, 아름다운 자연은 장점”이라며 “박물관이 위치한 ‘농촌’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뒤집어 생각하면 차별화된 문화행사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은 “외지인이 많은 울산의 특성상 역사를 공통분모로 하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에 두세 차례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은 대곡박물관의 가장 큰 인기비결이다. 울산의 역사문화와 관련한 주제로,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울산의 뿌리를 알려준다. 2013년 언양지역 천주교의 역사를 소개한 ‘천주교의 큰 빛, 언양 -구원을 찾아온 길’을 시작으로 9차례의 색깔 있는 주제의 기획전시가 진행됐다. 울산의 불교역사를 조명한 ‘울산 태화강과 만난 불교’, 작괘천 작천정에서 꽃핀 한문학을 소개한 ‘울산 작천정에서 꽃핀 한문학’, 울산 관련 제주인, 제주 해녀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은 ‘울산 역사 속의 제주민-두모악·해녀 울산에 오다’ 등이다. 지난 10월부터는 KTX 울산역을 건설하면서 발굴조사된 신화리 유적을 조명하는 ‘울산의 시작, 신화리 -땅 속에서 만난 새로운 역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 관장과 2명의 학예사가 해내는 일이다. 특별전에 맞춰 도록도 10권 펴냈다. 작은 박물관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신 관장은 “작아도 큰 박물관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해야 한다”며 “관장과 학예사 2명이 ‘일당백’의 심정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좋은 반응을 주시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

‘친절함’ 역시 대곡박물관의 장점이다. 단순히 고문서나 지도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유물이 의미가 있는지, 어느 부분이 의미가 있는지 알려준다. 전시해설사뿐 아니라 신 관장도 관람객들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런 때문인지 2013년 1월 열린 ‘천주교의 큰 빛, 언양’ 특별전은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 인기 때문에 연장전시를 했고, 모두 1만7000여명이 관람했다. 다른 특별전도 1만3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았다. 현재 열리고 있는 ‘울산의 시작, 신화리’ 특별전에도 벌써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기획전시만 볼 만한 것이 아니다. 지역 최초로 진행한 ‘어린이 고고학 체험교실’은 인기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문화 강좌, 답사와 특강, 공연 등으로 울산 지역사를 알리는 ‘태화강 유역 역사문화 알기’ 프로그램도 선호도가 높다. 이런 그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젊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 관장은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색깔 있는 기획전시와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지인이 많은 울산의 지역적 특성상 시민들이 역사를 공통분모로 하면 울산에 대한 애정과 정주의식이 높아질 것이고, 품격 있고 따뜻한 문화도시로 성숙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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