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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디스 빅토리호 갑판을 가득 메운 피난민들.
1950년 12월 중순 바람 찬 흥남부두. 새카맣게 몰려드는 전쟁 피난민에 항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공군에 밀려 유엔군이 해상철수에 나서자 무작정 항구로 몰려든 피난민은 10만명. 피난민 수송을 부담스러워하는 철수작전 지휘부를 미군 통역관 현봉학씨와 에드워드 H 포니 미군 대령이 설득해 전원구출을 다짐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까지 수소문해 200여척의 배를 불러 모아 열흘간 탈출작전이 이어졌다. 성탄절 이브인 24일 마지막으로 항구를 탈출한 배는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 레너드 라루는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군수물자를 버리고 정원 2000명인 배에 1만4000명을 태웠다. 거친 바다에서 자유를 찾기 위한 엑소더스는 장엄했다. 죽음의 극한 공포에 휩싸인 피난선에서 5명의 고귀한 생명이 태어났다. 하늘의 축복이었을까. 피난선은 26일 무사히 거제에 도착했다. 후세의 역사는 흥남철수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렀다. 전장에 꽃핀 인류애와 삶의 집념이 만든, 전쟁사에 길이 남을 신화였다. 전쟁의 아픔과 교훈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비극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흥남철수의 영웅 포니 대령 손자와 증손자가 당시를 소재로 국내외에서 책 출간을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우리에겐 잊혀져가는 전쟁을 이들 부자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려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김규영 편집위원

△1932년 12월19일 윤봉길 의사 일본서 순국

△1963년 12월21일 서독에 광부 123명 첫 파견

△1902년 12월22일 하와이 이민선 인천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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