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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97세 철학자가 들려주는 신념·신앙 이야기… 삶의 바른 좌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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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7 01:01:18 수정 : 2016-12-27 0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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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지음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인생의 스승을 만난 것 같아 반갑기만 하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남에게 크게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하고, 많든지 적든지 간에 나누고 베풀며 산다. 삶의 철학이나 태도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을 향한 시선이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이런 사람들은 일흔이 넘고 여든, 아흔이 되어도 신사 숙녀로 보인다.

얼마 전 강연을 통해 알게 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그랬다. 통일교육원에서는 통일정책최고위과정의 금년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97세의 철학자는 50~60대의 젊은이들 앞에서 한 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강연을 했다. 아흔일곱살의 청년은 자주 그렇게 한다고 했다. 100년 인생의 깨달음을 들려주는 노교수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으며, 눈동자에서는 내내 빛이 났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한 강연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이금순 통일교육원장
김 교수의 근간 ‘백년을 살아보니’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방 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했던 일, 어릴 적 친구들이며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 긴 인생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이별의 슬픔, 고생스러워도 사랑이 있어서 행복했던 추억, 그리고 인생의 지혜가 될 만한 에피소드들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어디를 펼쳐 읽어도 꾸짖거나 나무라는 투가 없다. 시대의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이력을 내세우는 것도 없다. 특히 93세 되는 가을, 자다가 깨어나 남겼다는 메모는 가슴을 울린다.

나에게는 두 별이 있었다.

진리를 향하는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이 멋진 노신사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비추어 말하길, 사람은 75세까지는 계속 성장하고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고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대부분은 아직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이제 그 황금기를 살고 있거나, 황금의 시대를 벗어났다 할지라도 그 빛의 여운 속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책 읽고 공부하고 일하고 베풀고 사랑하며 살 일이다.

이금순 통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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