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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영화계가 안철수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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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7 22:47:56 수정 : 2016-12-27 22: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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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독과점 철폐 앞장… 중소영화사 숨통 터줄까 때로는 작은 것이 더 아름답고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영화나 공연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수백만을 넘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만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 영화는 오히려 마케팅을 잘해서 성공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불록버스터급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품만 살아남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영화 제작에서부터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되어 있는 수직계열화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 상영관의 독과점 폐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CGV와 롯데시네마는 자계열사가 공급하는 영화는 2주 전부터 예매를 허용한 반면 중소배급사 영화는 개봉일에 임박해서야 예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상영관을 조조·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한다. 이런 이유로 좌석점유율이 떨어지면 이를 기준으로 다시 개봉관을 줄이는 악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스 방식’과 함께 오히려 힘없는 중소영화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기준으로 CGV와 롯데시네마는 전국 스크린의 71.3%를 차지했다. 또 소수의 업체가 전국 상영관의 92%를 점유하고, 대기업이 자사 또는 계열사 영화에 상영 기회를 몰아줬다.


류영현 문화부장
영화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고쳐보자며 문화계는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나섰지만 감독당국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서고 있어 여느 때보다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최근 참여연대·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공동으로 ‘한국영화산업 불공정 생태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안 의원은 “대기업이 영화제작과 배급을 함께하다 보니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중소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은 심야, 새벽 상영으로 밀려 도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자신의 경제공약 키워드인 공정성장론과 재벌개혁을 구체화할 정책과제 중 하나가 영화산업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난 10월 대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규제’ ‘동일 영화에 대한 상영쿼터 제한’등을 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11년에 펴낸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저서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삼성동물원’, ‘LG동물원’, ‘SK동물원’에 갇히고 결국 동물원에서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영화계는 지금 ‘CJ동물원’과 ‘롯데동물원’이라는 우리에 갇혀 있는 셈이다. 중소영화사는 영원히 대기업 하청업체에 머무르고, ‘갑질’에 억눌린 ‘을’ 행세를 하게 되는 구조다.

내년에는 정치권이 추진 중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중소영화사들이 죽기 전에 CJ동물원과 롯데동물원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 관객들도 보고 싶은 시간에 좋은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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