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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여자골프 신인왕 이정은 “휠체어 아버지 집 사드리는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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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9 21:17:42 수정 : 2016-12-29 23: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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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이정은(20·토니몰리·사진 왼쪽)은 지난해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출전하느라 프로 데뷔가 또래들보다 1년 늦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해 프로행이 급했지만 국가대표로서 명예를 드높이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기대대로 광주 U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U대회 사상 한국의 첫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을 따면 대학 4년 동안 학비를 전액 면제해준다는 제의도 있었다.

4살 때 아버지 이정호(52)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는 등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3학년 때 주변의 도움으로 골프채를 잡은 이정은은 U대회가 끝난 다음 주 KL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했고 2주 뒤 출전한 KLPGA 3부 점프투어 10차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일궜다. 이 우승 덕에 KLPGA 정회원 신분을 얻었고 시드전에 나서 KLPGA투어에 뛸 자격을 따냈다. U대회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프로 전향, 준회원 자격 획득, 프로 대회 첫 우승, 정회원 입회, 시드전 합격이라는 초고속 성과를 냈다.

이정은은 한 살 아래인 이소영(19·롯데)과 치열한 경쟁 끝에 2016시즌 신인왕을 따냈다.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소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이정은은 이소영이 7월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신인왕을 굳혔다는 시점부터 신인왕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사실 신인왕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소영이가 우승하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확 들었다. 앞서가는 소영이를 따라잡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정은은 시즌 막판 2개 대회를 남기고 신인왕 포인트에서 이소영을 따라잡았고 시즌 최종전인 ADT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확정했다.

“세미 프로 자격이나 따서 레슨이나 해서 먹고살겠다”는 소박한 목표로 늦게 시작한 골프였기에 이정은의 골프 인생은 시작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정은은 특기생으로 진학할 성적 자체가 아예 없어 순천 청암고에 일반 학생으로 다녔다. 수업도 다 들었다. 프로 선수가 되어서 정상급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었기에 골프와 학업을 병행했다. 고교 때 수련회나 수학여행도 다 다녔다. 이정은은 “프로 선수 가운데 나만큼 학교에 추억이 많은 프로 선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정은은 수동 휠체어를 타고 응원 나오는 아버지가 전혀 챙피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장애인용 승합차로 늘 골프장을 데려다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외동딸을 뒷바라지했다. 이정은이 더없이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부분이다. 이정은은 상금 랭킹 24위(2억5765만원)에 올라 가정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신세를 진 많은 주변 사람에게 마음의 빚을 갚지 못한 게 가슴아프다고 말한다. 이정은은 시즌이 끝난 뒤 사비를 들여 고향 근처인 승주CC에서 주변 사람들을 초청해 간단한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정은은 지난 2월 시즌을 앞두고 고향 순천을 떠나 골프 환경이 비교적 좋은 용인 동백지구로 이사했다. 그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께 넓고 편한 집을 사드리고 싶다.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싶다. 상금 10위 안에 들면 집을 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골프가 잘 안 돼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 휠체어에 탄 아버지 생각을 하면 정신이 든다고 했다. “골프에 집중하고 성적을 내야 하는 게 효도”라는 이정은이 내년에는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가 된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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