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판소리는 음악이자 문학… 인문학적 성찰 갖춰야”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6-12-30 19:30:39 수정 : 2016-12-30 21:21: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6년째 판소리 연구 명창 배일동 “판소리는 소리로 표현되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오장육부를 울리는 내용을 담은 문학이지요.”

26년째 소리 연구를 하고 있는 명창 배일동(52)씨가 내리는 판소리에 대한 정의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리와 함께한 배 명창을 그의 고향인 전남 순천과 사무실이 있는 서울 봉천고개 인근, 광화문에서 잇따라 만났다. 그는 30일 “판소리는 관념적인 서양음악과 달리 사실적이고 자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가락과 사설을 사랑하는 배 명창은 정작 외국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10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 출연 이후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공연·강연무대에 선 것만 50여회나 된다.

명창 배일동씨는 “판소리 속에는 수천년 동안 이어진 우리 고유의 예술철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배 명창은 젊은 시절 원양어선을 3년 가까이 탔다. 그 후 뒤늦게 소리를 접하고 음을 터득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그는 “소리를 찾고 내놓기 위해서는 목에서 피가 나는 ‘독공’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리산 달궁 깊은 산속 계곡에다 초막을 짓고, 폭포 옆 바위에 ‘의석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7년 동안 소리(득음)에 흠뻑 빠졌다.

배 명창은 “수년간 공부한 끝에 우리 선조들이 우주적인 질서를 판소리의 율려에 담아 놓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장단도 호흡도 발성도 모두 우주의 질서에 따라 율려를 배정한 천지인 3박자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소리에 우리 민족 예술정신의 뿌리가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배 명창은 “판소리는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속에는 수천년 동안 이어진 우리 고유의 예술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감히 조언하지 못하겠지만, 예술가를 꿈꾸는 이라면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며 “예술은 재주가 아닌 정신수양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술을 하겠다는 이는 재주나 덕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공’의 태도를 지니면 진정한 공부 방법을 깨닫게 되고, 예술가의 심연은 작품을 통해 일반인에게 전해진다는 말도 곁들였다.

배 명창은 “음악은 철학이기도 하다”며 “일례로 판소리와 재즈는 형태와 성격이 다르지만, 내포한 정서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춘향이의 고통이나 심 봉사의 한 등이 판소리에 담겨 있는 것처럼 재즈 음악에는 흑인들의 한이 서려 있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판소리의 보급에도 적극 나서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랜 시간 예술체험을 하고 인문학적 성찰에 나서야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지난 6월 펴낸 저서 ‘독공’에 잘 설명돼 있다. 30년에 가까운 세월의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을 정리한 ‘독공’은 최근 세종도서 인문학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순천=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