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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신춘문예] “설정 흥미롭고 세련된 전개… 신선한 패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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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02:00:00 수정 : 2017-01-02 0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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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김화영·은희경 본심에 올라온 9편의 응모작이 각기 다양한 파장을 담고 있었다. 대체로 문장이 안정되고 개성적인 이야기 세계를 보여주었지만 한계 또한 뚜렷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더 부각되는 바람에 당선권을 벗어난 작품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균형과 조절은 소설의 중요한 미덕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오구에 관한 탐구’는 설치미술가의 작품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정작 인물의 내적 필연성을 설명해내지 못했다. ‘돌연변이’ 역시 흡혈귀라는 설정에 의존할 뿐 인물 해석이나 스토리가 단선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딜러들’은 내러티브 방식이 전체적으로 낡은 인상을 주었고,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그친 느낌이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가독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추락하는 순간 자신의 지나간 생애를 회상하는 ‘낙하, 산’은 흥미로운 설정이었지만 사변이 많고 사유의 깊이가 아쉬웠다. ‘호텔 사라예보’는 서로 연결성이 없을 듯한 사건의 흐름 속에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과를 덤덤하게, 그러나 쓸쓸하게 그려내고 있다. 문장도 안정되고 시작과 결말 처리 등에 솜씨가 엿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기시감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 체스 로봇을 다룬 ‘미결’은 알파고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다. 시의성이란 공감을 일으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화제성에 편승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계가 인간보다 체제순응적일 수밖에 없고, 시스템이 부패했으므로 세계는 부조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SF적 메시지가 인상적이고, 정제된 문장에서 내공이 느껴졌지만 한편 소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나쁜 날’은 공감력이 뛰어난 소설이다. 관계의 두려움과 폭력성, 의무와 죄의식 등을 아버지와 자신과 아이로 이어지는 스토리로 잘 잡아냈다. 사건 전개에 강약이 있는 효과적인 플롯이 받쳐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동차 도둑’은 잘 쓴 소설이다. 역할이 뚜렷하고 설득력이 있는 인물 간의 흥분하지 않는 싸늘한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이다. 드러내야 할 이야기와 숨겨야 할 이야기를 부조 조형물처럼 잘 조절했다. 도입부의 생일파티 장면이 이 소설을 진부한 설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점이 아쉽다.

당선작은 ‘래빗 쇼’이다. 토끼를 뱉어내는 쇼라는 설정도 흥미롭고, 있을 수 있는 일과 있을 수 없는 일 사이의 길항관계를 보여주는 알레고리의 사용도 적절하다. 예술과 광고, 창조와 생산성이라는 다소 익숙한 테마를 자기만의 개성으로 재구성하여 신선함을 더했다. 세련된 전개와 중립적 표현, 무엇보다 어중간하게 살아남기보다 흥망을 베팅하겠다는 패기가 호감을 샀다.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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