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에 관한 탐구’는 설치미술가의 작품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정작 인물의 내적 필연성을 설명해내지 못했다. ‘돌연변이’ 역시 흡혈귀라는 설정에 의존할 뿐 인물 해석이나 스토리가 단선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딜러들’은 내러티브 방식이 전체적으로 낡은 인상을 주었고,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그친 느낌이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가독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나쁜 날’은 공감력이 뛰어난 소설이다. 관계의 두려움과 폭력성, 의무와 죄의식 등을 아버지와 자신과 아이로 이어지는 스토리로 잘 잡아냈다. 사건 전개에 강약이 있는 효과적인 플롯이 받쳐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동차 도둑’은 잘 쓴 소설이다. 역할이 뚜렷하고 설득력이 있는 인물 간의 흥분하지 않는 싸늘한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이다. 드러내야 할 이야기와 숨겨야 할 이야기를 부조 조형물처럼 잘 조절했다. 도입부의 생일파티 장면이 이 소설을 진부한 설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점이 아쉽다.
당선작은 ‘래빗 쇼’이다. 토끼를 뱉어내는 쇼라는 설정도 흥미롭고, 있을 수 있는 일과 있을 수 없는 일 사이의 길항관계를 보여주는 알레고리의 사용도 적절하다. 예술과 광고, 창조와 생산성이라는 다소 익숙한 테마를 자기만의 개성으로 재구성하여 신선함을 더했다. 세련된 전개와 중립적 표현, 무엇보다 어중간하게 살아남기보다 흥망을 베팅하겠다는 패기가 호감을 샀다.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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