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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천재타자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 보란 듯 깨뜨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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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4 06:00:00 수정 : 2017-01-03 21: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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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5할대 육박’ 넥센 신인 내야수 김혜성 고교야구에는 이른바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라는 말이 떠돈다. 이영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천재 타자’로 불리며 국위선양에 일조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대한야구협회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8년 당시 제정한 이 상은 역대 수상자 중 프로야구에서 빛을 본 선수가 유독 적어 이 같은 저주가 붙었다. KBO리그 출범(1982년) 이후 수상자 가운데 프로에서 성공한 선수는 김경기(전 SK), 최정(SK),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박민우(NC) 정도로 한 손에 꼽힌다.

프로야구 넥센 유니폼이 아직은 어색한 신인 타자 김혜성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타격 연습을 하며 2017 시즌 결의를 다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최근 2016년 ‘이영민 타격상’의 수상자로 넥센의 신인 내야수 김혜성(18)이 선정됐다. 인천 동산고 출신의 김혜성은 지난 시즌 고교야구 총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489(94타수 46안타)를 기록, 최고 타율을 기록하며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혜성은 “평생에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인데 운이 좋아서 수상한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주변에서 상과 관련된 ‘저주’ 이야기를 많이 꺼내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러나 준비를 열심히 해서 저주를 깨뜨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창 시절 김혜성은 야구와 관련한 일이라면 무조건 “네”를 외치는 ‘예스맨’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동네 야구를 하다가 재미를 느낀 김혜성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고양시 리틀야구단에 들어가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당시 팀의 포수 자리가 비어 대체자를 물색하자 김혜성은 주저 없이 “네”를 외쳤다. 인천 동산중 야구부에서도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포지션이 비는 곳마다 자리를 채웠다.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고교무대를 종횡무진 누빈 김혜성은 지난해 8월 2017 신인 2차지명 1라운드 7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차세대 ‘호타준족’ 내야수로 주목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공교롭게도 팀 입단 동기인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19)에게 쏠렸다. 특급 내야수 자원으로 꼽히는 두 선수는 구단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23일까지 신임 장정석 감독이 이끈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혜성은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정후다. 서로 의지하면서 지낸다. 특히 1군에 같이 올라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웃었다.

1군 무대 진입이 간절한 김혜성은 프로생활 초기부터 주눅이 잔뜩 들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선배들이 쏘아 올리는 타구를 보고 프로의 높은 벽을 일찌감치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2군 경쟁자이자 선배인 허정협, 장시윤 등이 질 좋은 타구를 연방 쳐내는 바람에 자신감이 낮아졌다. 말수가 적어진 김혜성에게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 기운을 북돋웠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의기소침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혜성의 포지션인 유격수에는 넘기에 너무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2016시즌 20-20(홈런-도루)클럽에 가입하며 장타력과 주루 모두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선 김하성이다. 김혜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다. 평소 ‘악바리’로 유명한 그는 훈련량만큼은 자신있다. 고교 야구를 호령할 때도 하루 평균 500개의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트로 쳐주는 타구)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혜성은 자신의 강점으로 수비력을 꼽았다. 지난해 유격수 자리에서 25경기에서 4개의 실책만을 범하며 대형 내야수로의 싹을 보였다. 김혜성은 자신의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새해 좋은 활약을 보여 주축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김혜성은 수비 비법에 대해 “스타트가 중요하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코스를 보면서 타구 방향을 미리 계산하고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에 한 박자 빠르게 발을 내민다”고 설명하며 직접 시범까지 보였다.

아직 해맑은 소년의 모습을 간직한 김혜성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넥센 구단의 ‘영웅’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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