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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AI 악순환 이젠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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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4 21:30:41 수정 : 2017-01-04 2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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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살처분·보상 반복… 방역체계 새로 짜야 겨울 철새 도래지의 낭만이 자취를 감췄다. 곳곳에서 소독제가 뿌려지는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진객(珍客) 대접을 받은 철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주범으로 낙인찍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AI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의 폐사기간은 2.6일로 H5N8형(4.5일)보다 약 2일이나 짧다. 독성이 강하다 보니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닭, 오리, 메추리 할 것 없이 3000만마리 넘게 살처분돼 찬 땅에 묻히고 있다. 직간접 손실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AI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살처분 가금류 마릿수는 그동안의 기록을 갈아치운 지 오래다. AI 위기경보도 처음으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바이러스 유형은 H5N6형 외에 H5N8형, H7N2형, H7N7형 등이 농장과 들판에서 검출됐다. 유례없는 일이다. 고양이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고병원성 AI 발생→대규모 가금류 살처분→막대한 살처분 보상비 등 지급’이라는 악순환은 2003년부터 해마다 반복된다. 이 질긴 고리를 끊으려면 먼저 농장 단위의 철저한 방역이 중요하다. 농장에 들어오는 사료·계란 운반차량 바퀴나 사람 신발의 세척과 소독, 농장주의 계사 출입 시 장화 갈아신기 등이 잘 이뤄지면 AI 바이러스는 차단될 수 있다. 농장 방역이 AI 차단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그런데도 일부 농장주들은 AI에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몰래 닭이나 오리를 내다 팔거나 살처분을 거부하기도 했다. 농장주의 모럴 해저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농장주에게는 더욱 강력한 페널티 부과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늑장 대처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AI 바이러스는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면 전국 각지로 삽시간에 퍼진다. 일본에서도 H5N6형 AI가 발생했지만 피해가 미미한 것은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대처 덕분이다. 일본은 AI 발생 즉시 총리가 나서고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를 발령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AI 위기경보가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나 거쳐야 한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위기경보를 2단계나 1단계로의 단축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판단이다.

가금류와 농가 관계자의 다른 지역 이동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스탠드스틸(Standstill)도 개선 대상이다. 스탠드스틸의 목적은 AI 전파 차단이다. 그런데 최대 이틀 전에 알려지는 바람에 시행 직전 평소보다 달걀 수거 차량 이동이 2∼3배 늘어 AI가 급속하게 확산한 측면이 있다. 스탠드스틸 기간에도 달걀이 이미 포장돼 대형마트로 납품되는 차량의 이동을 막지도 못했다. 스탠드스틸을 3번이나 했는데도 AI가 확산한 이유다. 스탠드스틸은 전격적으로 강력하게 시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AI의 인체감염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철새나 길 고양이, 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미국에서 수의사가 AI에 감염된 고양이로부터 옮긴 사례가 있다. AI가 발생하거나 철새가 많은 지역에서는 애완용 개, 고양이를 야외로 데리고 나가는 것을 삼가자. 살처분·매몰 처리 등에 동원된 고위험군이 3만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예방조치와 모니터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충남 서산 천수만이나 전북 군산 금강하구둑,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와 같은 철새도래지에서 맘 놓고 겨울 진객의 군무를 만끽하고 싶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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