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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흥행돌풍 ‘마스터’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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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5 22:04:32 수정 : 2017-01-05 22: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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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의 흥행세가 거세다. 사기꾼 조희팔의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한 ‘마스터’는 개봉 2주차 벌써 600만 관객을 동원해 2017년 첫 1000만 관객 영화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마스터’가 흥행몰이를 하는 것은 현실적 판타지물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를 통해 위로받고 즐거움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판타지가 그려지는 영화로 위로를 받고 있다.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 ‘터널’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관객들은 영화 보는 것과 일상생활을 분리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나라 걱정으로 마음이 무겁고 괴롭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를 보며 마냥 즐거움을 만끽할 수만은 없다. 현실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을 스스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 판타지를 보며 관객은 자신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마스터’는 오락영화로서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영화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매체다. 상업영화에서 오락성을 배제한다면 다큐멘터리와 다를 바 없다. 영화는 사기꾼 진회장(이병헌)과 그 뒤에 숨어 있는 더 나쁜 배후의 권력까지 모두 소탕하기 위해 끝까지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의 추격을 그린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회장을 집요하게 쫓아 처단하는 김재명(강동원)을 보고 관객들은 답답한 현실, 영화를 보고 통쾌하고 짜릿한 대리만족을 한다. 현 시국과 맞닿은 ‘마스터’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것이다.

출연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은 전작 ‘감시자들’을 통해 세련되고 감각적인 범죄 액션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스타배우의 조합은 확실한 티켓 파워를 보장했다. 특히 ‘연기 마스터’라 불리는 이병헌은 부족한 캐릭터를 연기의 힘으로 살려냈다.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키운 그의 연기는 한 치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부족한 점도 보인다. 기존의 사회비판 영화들에 비해 ‘마스터’는 기대를 충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재계 권력자들의 비리를 다루지만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지 못한다. 비판과 풍자의 칼날도 무딘 편이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려다 보니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사회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회비판 영화는 사회정의를 정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회비판 영화만 극장가를 차지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사고가 팽배할 수 있다. 타 장르의 영화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 때다.

우리의 현실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다. 어찌 보면 영화 ‘마스터’는 현실과 불리한 경쟁을 하는지도 모른다. ‘마스터’가 권선징악이라는 상업영화 속 단순한 공식을 통해 지치고 답답한 관객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고 있지만, 정유년 새해에는 좀 더 밝고 희망적인 영화를 보고 싶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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