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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여의도 혼밥·편식 없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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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9 00:50:40 수정 : 2017-01-09 00: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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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퇴근 후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밥 짓는 냄새가 몰려올 때 또다른 행복을 느끼곤 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지은 밥은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따뜻한 밥은 단순히 인간의 식욕만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밥이 놓인 식탁에 마주 않으면 가족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간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특히 매번 들어도 짝꿍 이름 하나도 기억 못하는 아버지에게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은 딸아이나, 가사일이 새삼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일인지 확인도장을 기어코 받아내려는 아내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김달중 정치부 기자
행복한 한 끼를 먹고 있노라면 때로는 밥상은 소원수리 접수 창구로도 변한다. 딸아이는 마트에서 찍어 놓았던 장난감을 설명하며 ‘영업’에 들어가고, 아내는 가사일을 조금이라도 분담시키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웃의 사례를 소개하며 압박한다. 이미 한기와 허기는 날려버렸으니 이전보다 한결 누그러진 분위기다. 이처럼 식사는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최근 홀로 밥을 먹는 ‘혼밥’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권장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대화가 없는 식사는 무미건조할 뿐만 아니라 쉽게 체할 수도 있다.

여의도에서도 혼밥을 즐겨 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불통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박근혜 대통령도 혼밥 문화에 익숙한 정치인 중 하나다. 야권 한 정치인도 오랜 기간 동안 동료 정치인과 밥을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두 정치인 모두 당 안팎에서 소통 부재로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혼밥도 문제지만 피아를 구분해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편식’도 문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권 비주류가 당권을 잡았을 때 일이다. 한 주류 인사는 몇몇 기자들과 점심에서 “(다른 계파와) 서로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며 차이를 좁혀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내가 왜 그 사람들하고 밥을 먹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다른 비례의원은 (주류 쪽에서) 밥 먹자고도 하는 것 같던데 나는 부르지 않더라. 언론이 특정 계파로 분류해 그런 것 아니냐”고 하소연을 했다. 야권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여당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서로 밥자리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원이더라도 만남이 줄어들면 오해의 벽이 생기고, 불통이 오랫동안 지속하면 결국 자신의 키보다 높은 불통의 담벼락을 만들기 마련이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전 의원은 2014년 당내 계파문제와 관련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교류하면 어떻게 우리의 사고를 넓히고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동종교배만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국회 주변 식당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어울려 밥을 먹으며 웃는 소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당에 XX라는 계파는 없다”, “오늘부터 당에 계파갈등은 없다”는 아무도 믿지 않는 뻔한 이야기 말고.

김달중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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