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익명 기부… 자선사업 ‘제임스 본드’
그러나 피니는 ‘스스로’ 가난해졌다. 35년 동안 그가 기부한 금액은 9조5000억원이다. 그는 대기업 회장이었다. 공항면세점 체인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가진 돈 모두를 기부했다. 그는 1982년 ‘애틀랜틱재단’을 설립하고, 2년 뒤 자신의 면세점 지분을 모두 재단에 내놓았다. 그것도 비밀리에 진행했다. 동업자도 몰랐다. 이어진 모든 기부도 익명이었다. 1997년 회사가 분규에 휘말려 회계장부가 공개되면서 그의 천사 기부가 밝혀졌다. 그래서 피니의 별명은 ‘자선사업의 제임스 본드’다.
피니는 아직도 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애틀랜틱재단의 기금은 5개 대륙, 1000여 기관에 전달됐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의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 피니가 세운 재단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기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니도 재단의 돈을 개인적으로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애틀랜틱재단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의 트럼프재단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재단은 여러 사람의 돈으로 운영되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재단의 기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피니는 지난해 말 마지막 기부를 실천했다. 모교인 코넬대학에 남은 마지막 개인재산 83억원을 전달했다. 5년 전 그는 2016년까지 남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30여년의 지속적 기부에도 15억달러의 재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재산은 노후 의료비상금 20억원 정도다. 그가 세운 애틀랜틱재단도 피니가 90세가 되는 2020년에 청산될 예정이다. 재단은 모든 기금을 소진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그는 미국 역사상 재산의 가장 많은 비중을 기부한 부자로 기록될 것이다.
피니는 대공황 시기인 1931년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간호사였고, 아버지는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10살 때부터 크리스마스카드를 팔며 자수성가했다. 사업에 성공했어도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다. “한 번에 두 벌의 바지를 입을 수는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투자의 귀재이자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워런 버핏도 그를 “나와 빌 게이츠의 귀감이고 영웅이다”고 언급했다. ‘살아 있을 때 나누기’가 피니의 기부철학이다. 우리의 상속형 부자 숫자가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두 배라고 한다. 피니 부부도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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