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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필리핀 복싱영웅 파키아오… 은퇴 없는 기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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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20:04:32 수정 : 2017-01-19 20: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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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팩맨’ 매니 파키아오(39·필리핀·사진)가 맞붙은 ‘세기의 대결’에서 많은 국내 팬들은 파키아오를 응원했을 것이다. ‘헝그리 복서’ 파키아오는 필리핀의 복싱 영웅을 넘어서 동양 복싱의 영웅으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빈민가에서 출생한 파키아오는 오로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권투를 배웠다. 길거리에서 도넛을 팔다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12살 때 복싱을 시작해 세계 최초로 복싱 8체급을 석권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야자수 나무로 지붕과 벽을 만든 오두막집에서 살았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6남매 중 넷째였지만 그래도 형제들 중에서 가장 의젓한 그는 6살 때부터 바닷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다 팔아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됐다. 가뜩이나 비좁은 오막살이 집에 얹혀살던 삼촌에게서 처음 복싱을 배웠다. 주먹이 워낙 세고 근성 또한 강했기에 또래들 가운데 파키아오와 붙어 이긴 아이가 없었다. 동네 복싱대회에 참가해 돈을 벌었다. 깡마른 소년의 얼굴은 비록 피투성이가 됐지만 대전료 100페소(2달러)를 손에 쥔 채 환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홀어머니와 6남매를 먹일 쌀을 살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온갖 허드렛일을 해도 빈곤에 허덕이던 파키아오는 12살 때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마닐라로 떠났다.

그는 노숙인 생활을 하며 열심히 복싱에 매달렸다. 타고난 펀치력과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부단한 노력을 쏟은 결과 1995년 플라이급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기준 계체량을 통과하기 위해 남들은 감량하느라 고생을 하지만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그는 오히려 몸무게를 늘리느라 주머니에 돌 등을 넣은 채 저울 위로 올라갔다. 그는 데뷔 첫해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1997년 동양 타이틀을 획득했고 이듬해 WBC(세계권투평의회) 플라이급에서 첫 세계 타이틀을 따냈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전 세계챔피언 프레디 로치(58·미국) 트레이너를 만나 승승장구했다.

166cm에 불과한 파키아오가 최경량급인 플라이급에서부터 시작해 체급을 차근차근 올려 무려 20kg이나 증량한 라이트 미들급(67∼71kg)까지 사상 최초로 8개 체급에서 10번의 타이틀을 석권했으니 ‘복싱 영웅’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주먹 하나로 인간승리를 이뤄낸 그의 인기는 필리핀에서 절대적이다. 파키아오는 프로 데뷔전에서 승리한 뒤 20달러를 받았지만 주먹 하나로 억만장자가 된 지 오래다. 파키아오는 메이웨더와의 웰터급 통합 타이틀 매치에서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달하는 파이트 머니를 받았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파키아오가 20여년간 사각의 링에서 벌어들인 돈만 해도 5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돈방석에 앉은 그는 2013년 11월 자신의 조국 필리핀이 태풍 하이옌으로 무려 7350여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보자 196억원의 대전료 전체를 기부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경기가 열리면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을 선포하고 여야가 정쟁을 멈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파키아오는 두번의 하원의원을 거쳐 현재 상원의원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 4월 은퇴를 선언한 뒤 7개월의 공백을 깨고 링에 돌아왔다. 복싱에 강한 갈증을 느꼈고 자선 및 기부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에게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선물했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불우한 이웃을 생각한다는 그가 오래도록 링에서 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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