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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호날두의 고향 마데이라 와인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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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19:11:56 수정 : 2017-01-20 17: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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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달콤함'이 끝없이 유혹하는 주정강화 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4번째 수상을 뜻하는 손가락 네 개를 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축구팬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30·FC바르셀로나)를 ‘신계’의 영역에 있는 선수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기량을 뽐내기 때문이지요. 호날두는 지난해 프로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Ballon d’Or·황금 공)를 2년만에 메시한테 되찾아 왔답니다. 그는 또 지난 10일 축구연맹(FIFA) 공식 올해의 선수상까지 차지했습니다. 발롱도르는 호날두가 4회, 메시가 5회를 수상할 정도로  이 둘은 ‘축구의 신’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마데이라 섬 위치
 호날두의 고향은 대서양에 있는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으로 관광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마데이라 주도 푼샬에는 호날두의 동상도 있답니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 초기 1419년 호아 곤살베스 자르코에 의해 발견됐는데 모로코 해안으로부터 600마일, 포르투갈 남쪽으로 850마일 떨어져있고 총면적은 70㎢로 제주도의 절반 정도의 크기입니다.
에스투파잼 방식으로 브라질 새틴우드 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마데이라

 사실 마데이라섬이 유명한 것은 이곳에서 빚는 독특한 주정강화(fortified) 와인 마데이라(Madeira) 덕분이랍니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 포트(Port), 스페인 셰리(Sherry)와 함께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불립니다. 주정강화 와인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치명적인 달콤함’을 지닌 높은 알코올 도수의 와인입니다. 캐러멜, 견과류, 꿀향 등이 농축된 풍미가 특징이지요. 발효가 진행중인 와인에 알코올 도수 96% 정도의 주정(증류된 포도의 원액)을 투입하면 효모가 죽어 발효가 중단됩니다. 미처 발효되지 않은 잔류 당 때문에 짙은 농도의 달콤함과 18∼20% 정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 주정강화 와인이 탄생하지요.
다락에서 칸테이로 방식으로 숙성중인 마데이라 와인 홈페이지

 주정강화 방식은 포트나 셰리 모두 비슷하지만 마데이라는 에스투파젬(Estufagem)과 칸테이로(Canteiro)라는 두 가지 독특한 숙성 방식으로 만듭니다. 에스투파젬은 와인에 직접 뜨거운 열을 가해 와인을 숙성시키는 방식입니다. 와인을 스테인레스 통에 담고 구리관을 삽입해 가열하는데 40∼50도 사이의 온수가 3개월동안 구리관을 흐르며 와인을 가열해 숙성시킵니다. 이후  브라질 새틴우드 통에서 최소 3년동안 다시 숙성시키면 맛과 향이 응축된 마데이라가 탄생합니다.
 
 에스투파젬이 현대적인 방식이라면 칸테이로는 200년전부터 마데이라 만들때 사용한 방법입니다. 칸테이로는 고급 마데이라 생산에 사용됩니다. 와인을 뜨거운 태양때문에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가는 다락에 놓고 숙성시키는 방식입니다. 3개층으로 구성된 와인 저장고중 가장 온도가 높은 최상층에서 숙성시키는데 낮에 뜨거워졌다 밤에 식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산화와 숙성이 진행됩니다. 3년이 되면 중간층으로 내리고 15년이 되면 맨아래층으로 내립니다. 나무통에서 산화 숙성되는동안 와인이 증발돼 더욱 농축되고 강렬하며 복합적인 향을 지닌 특별한 와인이 탄생하게 되지요. 칸테이로 방식을 거치면 빠르게 산화되면서 1차적으로 신선한 과일향이 나오고  2차적으로  드라이한 견과류, 건과일류, 잘익은 열대과일, 쵸콜릿, 허브, 스파이시함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마데이라가 탄생합니다.

 이런 독특한 양조방식은 우연한 기회에 발견됐습니다. 17세기 이래 마데이라 와인의 주요 수출시장은 인도였는데 적도를 지나면서 고온에 노출된 와인이 실수로 배럴째 다시 적도를 거쳐 유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상한줄 알았던 와인이 고온때문에 숙성이 가속화되면서 오히려 품질과 관능적인 복합미가 크게 향상된 사실을 알게돼 에스투파젬과 칸테이로 방식을 고안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마데이라는 ‘일주여행와인(Return Trip Wine)’ 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주로 식전주나 식후주로 많이 사용되는데 요즘에는 샷잔이나 얼음과 함께 온더락으로 즐기기도 하지요. 또 카라멜과 과실향의 잘 어우러져 지중해 국가의 요리 재료로도 쓰인답니다.
스르시알

베르델호
 
부알
맘지
마데이라는 보통 여러해에 만든 와인을 블렌딩하는데 보틀에 5년, 10년, 15년, 20년, 30년, 40년이상(over 40 years)으로 표기합니다. 20년으로 표기됐다면 평균 숙성 20년이상됐다는 의미랍니다. 마데이라는 포트 와인과는 달리 주로 화이트 품종으로 만드는데 스르시알(Serial), 베르델료(Verdelho), 부알(Boal, Bual), 말바시아(Malvasia 또는 Malmsey 맘지)와 유일한 레드 품종 띤따 네그라(Tinta Negra)를 사용합니다. 스르시알은 드라이한 와인이 되며 상큼하고 활기찬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베르델료는 미디엄 드라이로 스르시알 보다 약간의 바디감이 있는 달콤한 와인으로 만들어집니다. 부알은 미디엄 스위트 와인으로 풀바디에 과실 향이 풍부하며 균형 잡힌 풍미와 복합적인 스모키함이 매력적입니다. 말바시아는 꿀 향이 강한 스위트 와인으로 탄생하고 띤따 네그라는 이 4가지 타입을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답니다. 
띤따 네그라

띤따 네그라는 마데이라 섬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90%를 차지하는데 높은 고도에서 자라면 드라이한 와인양조에 적합한 포도가 되며 낮은 고도에서 자란 와인은 스위트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양조됩니다. 따라서 블랜딩 하기에 적합한 품종이며 간혹 한해에 수확한 포도만 사용하는 최상급 품질 마데이라 데이티드 와인(dated wines) 생산에도 사용됩니다. 마데이라는 산도가 높아 코르크가 부식될 수 있기 때문에 세워서 보과해야 합니다. 

 
와인메이커 프란시스코 알부케르케
이런 마데이라 와인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독보적인 선구자가 블랜디스 마데이라(Blandy's Madeira)입니다.  존 블랜디 (John Blandy)가 1811년 설립해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블랜디스 마데이라는 현재 6대손인 마이클(Michael)과  7대손 크리스(Chris)가 전통을 이어가는 마데이라의 유일한 가족경영 와이너리랍니다. 와인메이커 프란시스코 알부케르케(Francisco Albuquerque)는 2008년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 (International Wine Challenge) ‘올해의 주정 강화 와인메이커’에 3년 연속 선정됐고 블랜디스 마데이라는 2010년 인터내셔널 와인&스피릿 경진대회(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 ‘올해의 포르투갈 와인메이커’에 2년 연속 선정됐습니다. 
블랜디 가문

블랜디스 마데이라는 1920년부터 숙성된 오크 배럴을 아직도 갖고 있는데 2020년 ‘100년 마데이라‘로 출시할 예정이라 벌써 와인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하네요. 마데이라는 오픈한 뒤에 맛이 잘 변하지 않아 오랫동안 즐길수 있답니다. 또 장기보관이 가능한 와인인데 1822년부터 숙성한 블랜디스 마데이라가 아직도 산미가 풍부하게 살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블랜디스 마데이라 대표 와인
블랜디스 마데이라 와인은 현재 까브드뱅에서 단독 수입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블랜디스 마데이라의 주앙 페드로 기라와(João Pedro Ghira) 아시아-유럽 총괄 매니저와 블랜디스 대표 마데이라 5종을 테이스팅 했다.
블랜디스 마데이라 와인 테이스팅 현장
블랜디스 마데이라 와인 테이스팅 현장
블랜디스 마데이라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중인 주앙 페드로 기라(João Pedro Ghira)아시아-유럽 총괄매니저

블랜디스 듀크 오브 클라렌스(Blandy's Duke of Clarence)는 잔당이 120g으로 리치 스위트 마데이라다. 보통 모스카토의 잔당이 80~95g인점과 비교하면 굉장히 당도가 높은 편이다. 띤따 네그라 100%로 에스투파젬 방식으로 만든다. 진한 골드 브라운 컬러를 띠며 꿀, 건포도의 달콤한 풍미에 잼같은 과실의 향이 마데이라 특유의 견과류 향과 잘 어우러진다. 부드러운 풀 바디의 질감과 함께 캐러맬, 커피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진다. 꿀, 건포도, 견과류와 같은 다양한 아로마가 피니쉬로 이어진다. 
블랜디스 듀크 오브 클라렌스

블랜디스 알바다 5년(Blandy's Alvada 5 Year Old)은 부알과 맘지를 50%씩 블렌딩했으며 잔당은 130g이다. 두 품종을 섞은 마데이라는 블랜디스가 최초로, 와인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도가 높지만 입안에서 많이 느껴지지 않는데 산도가 잘 뒷받침되기 때문다.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아 와인 풍미를 잘 느낄수 있다. 칸테이로 방식으로 만든다. 옅은 갈색을 띠며 꿀과 견과류의 아로마에 솔잎, 살구와 오렌지 향기가 더해져 중후하고 향긋한 아로마를 형성한다. 입에서는 달콤한 과실의 풍미로 시작되고 이어 솔잎, 오렌지, 건포도의 풍미가 더해져 복합적인 마무리로 연결된다.
블랜디스 알바다 5년

블랜디스 10년 스르시알(Blandy's 10 Year Old Sercial)은 스르시알 100%인 드라이 마데이라다.  칸테이로 방식으로 16년에 걸쳐 만들어 집약된 풍미가 특징이다. 투명하게 빛나는 토파즈 컬러를 띤다. 말린 과일의 달콤한 풍미와 함께 오크 숙성에서 오는 은은한 바닐라향, 견과류의 향이 매우 감미롭다. 드라이한 첫 미감에서 말린 과일과 오크의 풍미가 느껴지며 동시에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한 과일, 견과류 풍미와 산뜻한 산미가 매우 조화롭게 피니쉬로 이어진다. 
블랜디스 10년 스르시알

블랜디스 레인워터(Blandy's Rainwater)는 틴따 네그라 몰레(Tinta Negra Mole) 100% 미디엄 드라이 스타일이다. 에스투파젬 방식으로 열화된 와인을 미국산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해 출시한다. 살구, 모과, 건포도,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같은 농익은 과실 풍미와 캐러멜, 땅콩, 헤이즐넛의 향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딸기잼, 살구잼과 같은 크리미한 질감과 꿀, 건포도, 풍부한 견과류의 풍미가 특징이고 달콤함 뒤에 매우 균형잡힌 산도가 신선한 피니쉬로 이어진다. 치즈와 푸아그라 등과 좋은 궁합을 보인다. 미수입 와인이다.
블랜디스 레인워터

블랜디스 콜헤이타 맘지 1999(Blandy's Colheita Malmsey 1999)는 맘지 100%인 리치 스위트 스타일 마데이라다. 칸테이로 방식으로 16년에 걸쳐 만든다. 영롱하고 투명한 호박색을 띤다. 스모키한 향과 더불어 말린 꽃, 초콜릿, 마멀레이드, 아몬드, 캐러멜과 같은 다양한 매혹적인 풍미가 겹겹이 쌓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꿀, 캐러맬, 볶은 커피, 건포도, 밀크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지면 적절한 산도가 균형감을 잘 잡아준다. 2016년 와인스펙테이터 94점, 2016년 더와인애드보킷 92점을 받았다. 미수입 와인이다.
블랜디스 콜헤이타 맘지 1999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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