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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세상] 그 많은 어린이집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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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1 12:04:57 수정 : 2017-01-21 12: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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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겠지만, 곧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부러워하게 될 걸?”

몇년 전 한 친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들을 막 구립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 뒤였다.

아이 둘을 구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는 내가 2년 전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구립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 신청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안 되지만 당시만 해도 태아 상태에서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말을 듣고도 당장 필요성이 실감나지 않아 미적거리다가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한 것은 아이가 태어나고도 한참 지난 시점이었다. 집 근처 구립 어린이집 몇 곳에서 100∼200번대의 대기번호를 받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해 봐도 1∼2년 안에 자리가 날 리 없었다. 그때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행운’은 뜻밖에 찾아왔다. 지난해 집 근처에 구립 어린이집이 새로 생긴 것이다. 밀린 대기 인원이 없다는 의미다. 바로 대기 신청을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육아휴직 후 복직을 2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돌을 갓 넘겨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자니 마음이 무거웠지만 재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신설 구립 어린이집의 두 번째로 어린 원아가 됐다. 가장 어린 원아라고 해봤자 우리 아이보다 생일이 한 달 느렸다.

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에 적응했다. 엄마가 직접 해주는 것보다 다양한 식사를 했고, 선생님에게 방긋 웃으며 안겼다. 덕분에 직장에 다니면서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사회생활’을 인정하고 익숙해졌다. 이제 국공립 어린이집의 진가를 이해한다. 안정적인 보육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주위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가 지내는 환경,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최대 시간이 제각각이다. 무상보육임에도 여러 명목으로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도 한다.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좋은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믿고 아이를 맡길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최근 결국 직장을 그만둔 친구도 있다.

백소용 특별기획취재팀 차장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어린이집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이 또래의 엄마들에게 국공립은 사치스러운 조건이다. 이들은 “그렇게 많다는 어린이집이 내 주변에는 없다”고 호소한다. 통계상으로 보육시설은 매년 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특히 직장 복귀를 앞둔 엄마가 이에 맞춰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운에 달렸다.

보육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 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위한 ‘지인 소개’나 ‘눈도장 찍기’도 이뤄진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이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거나 직접 방문해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을 우선해 받아준다는 것이다.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보육시설이야말로 저출산 대책의 기본이다. 가임기 여성의 수를 기록한 ‘출산지도’ 같은 기상천외한 생각을 짜낼 여력으로 기존에 있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실행해 주길 바란다.

백소용 특별기획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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