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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진보·보수 모두,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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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1 18:00:00 수정 : 2017-01-23 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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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김형수씨 / “숙청불안 시달리는 북한 엘리트 인권 사각지대”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수 북방연구회 상임이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설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앞으로 통일이 돼도 어머니 시신은 찾을 수가 없는 거지요….”

어머니를 잃어야 했던 탈북이다. 16일 만난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김형수(53) 북방연구회 상임이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어머니를 여읜 대목에선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다수 탈북민이 그렇듯이 그의 가슴에도 깊은 상처가 남아있다.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그는 김일성종합대 생물학과 출신의 엘리트 탈북민이다. 대학 졸업 후 1990년대 만청산연구원에서 일했다. 김일성(주석)의 만수무강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영원한 청춘을 연구한다는 곳이다. 

평양 엘리트의 삶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언제든 모략을 당해 쫓겨나거나 처형을 당할 수 있는 운명인 탓이다. 그의 삶도 연구소에서 쫓겨나 소속이 바뀌면서 급전직하했다. 그곳에서마저 간부들의 횡령사건 조력자로 몰려 교화소로 끌려가 2년여를 보낸 뒤 고향으로 내려갔다. 전시용 도시 평양과 달리 고향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었다. 친구 집에 가던 길에 마주한 어른과 아이의 세 주검.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고향 사람들 모습은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눈에 선하다. 그는 탈북을 결심하고 수년간 돈을 조금씩 모으며 때를 기다렸다. 돈이 3만6000위안(현재 환율로 619만원)에 이르렀을 즈음, 중국의 탈북 브로커와의 통화가 보위부 전파탐지에 적발됐다. 그날 보위부로 끌려가 8시간여 고문을 당하다 집에 숨겨둔 돈을 주겠다는 미끼로 탈출 기회를 잡아 도망쳤다. 온몸이 피멍투성이인 채로 국경을 넘은 2009년 2월 어느 날이 제2의 생일이 됐다. 그후 모셔 오려던 어머니가 적발돼 6개월 후 감옥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탈북 후 정부 자문이나 통일교육원 전문 강사로 1년에 60∼130차례 강연을 다니는 베테랑 통일 교육자로 변신했다. 북한인권활동도 주요 활동 영역이다. 국제인권단체에 초청돼 북한인권에 대해 증언하고, 인터넷에 글을 기고한다. 지난 한 해에만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4개국을 돌며 북한에서의 삶의 실상을 알렸다. 2015년 11월에는 연구원이나 교수, 사무원(공무원 격)으로 있던 인텔리나 공직 출신 탈북민들과 통일연구 단체 북방연구회를 결성했다.

그는 북한 엘리트, 고위간부를 북한인권 이슈의 사각지대로 규정하고 이들의 인권 피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극빈층의 열악함은 꽤 알려졌지만, 상시적인 도청과 감시, 숙청 불안에 시달리는 엘리트나 유학생 출신, 간부층이 당하는 인권 침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가령 만청산연구소에서는 그들은 상시로 피를 뽑고 약을 먹으며 인체시험 대상이 되면서도 처형이 두려워 아무 소리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식인이나 간부들을 계몽하면 북한 내 민주화운동의 중추가 되고 조직적으로 이끌어 갈 그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엘리트나 간부층은 통일 후 자신들이 처형될 것으로 오해하며 패배주의에 빠져있다”며 “지금부터 주민 편에서 주민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들 자신도 통일 후 자유로운 한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8년차 탈북민인 그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병폐를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탈북민이 보수 쪽에 치우쳐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보 진영이 탈북민을 무시하거나 비방하고 변절자로 매도한 역사가 있었던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대북 정책에서는 여야를 떠나 국익과 인권이라는 기준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에 북한 문제를 이용하는 정당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통일 교육과 관련해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평화 교육이 됐다가, 반공 교육이 됐다가, 안보 교육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의 통일 교육은 독일통일 전 서독에서 하던 교육의 8분의 1 수준”이라며 “인권과 국익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하는 교육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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