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수 북방연구회 상임이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설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어머니를 잃어야 했던 탈북이다. 16일 만난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김형수(53) 북방연구회 상임이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어머니를 여읜 대목에선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다수 탈북민이 그렇듯이 그의 가슴에도 깊은 상처가 남아있다.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그는 김일성종합대 생물학과 출신의 엘리트 탈북민이다. 대학 졸업 후 1990년대 만청산연구원에서 일했다. 김일성(주석)의 만수무강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영원한 청춘을 연구한다는 곳이다.
탈북 후 정부 자문이나 통일교육원 전문 강사로 1년에 60∼130차례 강연을 다니는 베테랑 통일 교육자로 변신했다. 북한인권활동도 주요 활동 영역이다. 국제인권단체에 초청돼 북한인권에 대해 증언하고, 인터넷에 글을 기고한다. 지난 한 해에만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4개국을 돌며 북한에서의 삶의 실상을 알렸다. 2015년 11월에는 연구원이나 교수, 사무원(공무원 격)으로 있던 인텔리나 공직 출신 탈북민들과 통일연구 단체 북방연구회를 결성했다.
8년차 탈북민인 그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병폐를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탈북민이 보수 쪽에 치우쳐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보 진영이 탈북민을 무시하거나 비방하고 변절자로 매도한 역사가 있었던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대북 정책에서는 여야를 떠나 국익과 인권이라는 기준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에 북한 문제를 이용하는 정당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통일 교육과 관련해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평화 교육이 됐다가, 반공 교육이 됐다가, 안보 교육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의 통일 교육은 독일통일 전 서독에서 하던 교육의 8분의 1 수준”이라며 “인권과 국익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하는 교육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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