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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눈 내린 마당 ‘감성의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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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21:29:58 수정 : 2017-01-24 21: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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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로 ‘고원에서’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윤명로(1936~) 화백은 요즘 붓 대신 긴 싸리비를 들었다. 빗자루로 캔버스와 거리를 두고 마음놓고 그리니, 자연스레 붓으로 표현되지 않는 감동과 감성을 담아낼 수 있었다. 눈 내린 마당을 쓸면서 착상을 했다고 한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픽셀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향기와 바람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잡아 채는 느낌이다.

윤 화백은 젊은 작가들이 인문적 사고 없이, 기술적 작업에 매달리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예술이 돈과 함께 있는 세태의 반영이라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 제목에 즐겨 붙는 ‘고원’은 의미심장하다. 예술가는 늘 고원(高原) 같은 미답(未踏)의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자기다짐인 것이다.


(227×182㎝, 3월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나는 텅 빈 여백에서 하나의 형, 하나의 색을 본다. 이름 지을 수 없는 이러한 형과 색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것, 들리지 않으면서도 들리는 것, 황홀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보며, 들리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들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나타내려는 나의 행위를 나는 격이라 부르고 싶다.”

세상이 시끄럽다. 늘상 역사의 붕괴와 영광들로 떠들썩한 것이 세상이다.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인간의 분노와 희망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 그림들을 왜 그리냐고 하지만 그는 괘념치 않는다. 작가는 그저 그림과 더불어 그림에 의해서 살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현대는 폭력과 외설, 잡다한 재료와 저속한 생산물의 차용, 첨단과학에 의한 온갖 이미지의 난무로 자연을 상실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사상은 불멸의 자연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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