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신온고지신] 고향의 달처럼 밝구나(月是故鄕明)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7-01-26 01:27:37 수정 : 2017-01-26 01:27: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설 연휴가 시작된다. 음력 정월 초하루를 원단(元旦)이라고 한다. 새롭게 한 해를 설계하면서 가족은 물론 이웃끼리 덕담을 하고 음식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훈훈함이요 배려일 것이다.

설 전후 풍속도 독특하다. 이른 아침 어르신들께 세배부터 드렸다. 덕담을 듣고 차례를 드리면 포만감에 기뻐 동네를 쏘다녔던 시절이 추억으로 남았다.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명절이다.

도시화와 남북분단이 초래한 ‘고향 상실’시대이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설날을 앞두고 객지에서 느끼는 타향살이의 슬픔은 더욱 진하다. 고향을 떠나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는 정서를 노래한 중국 당나라 두보의 시 ‘달밤의 아우 생각(月夜憶舍弟)’은 진한 혈육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달은 고향의 달처럼 밝기만 하네(月是故鄕明)/ 있는 아우들 모두 흩어졌는데 생사조차 물어볼 집조차 없네(有弟皆分散 無家問死生)/ 보낸 편지 영영 배달되지 못할 터인데, 아직 전쟁마저 끝나지 않았음에랴(寄書長不達 況乃未休兵)”

그렇다. 모두 즐거워해야 할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마냥 반갑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극심한 취업난의 여파로 취업 준비생에게 설은 두려움 그 자체다. 명절 음식은커녕 끼니를 제때 때우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도 있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이 아닐 수 있다. 이방인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속세를 떠난 출가승 서산대사도 예외가 아닌 듯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소회를 시로 남겼다. 그의 시 ‘시골로 돌아가(還鄕)’를 보자.

“서른 해 지나서 고향에 오니(三十年來返故鄕)/ 그리운 이들 보이지 않고 집은 헐려 휑한 마을이 되었네(人亡宅廢又村荒)/ … / 백발의 이웃노인이 내 이름을 물어 답하니(鶴髮隣翁問姓名)/ 옛 추억 이야기하며 서로 우노라(乳號方通相泣下) …” 고향을 찾아 오가는 길이 편안하길 바란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月是故鄕明 : ‘고향의 달처럼 밝다’는 뜻.

月 달 월, 是 이 시, 故 연고 고, 鄕 시골 향, 明 밝을 명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