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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청포 입은 손님’ 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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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1 21:49:19 수정 : 2017-02-01 21: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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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급 위기 와중에 극적 망명
소신·용기 있는 발언 주목
개성공단·사드·북한인권 등
분열 부추기는 담론에 쐐기
애국가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이 있다. 1919년 3·1운동 전후 기독교계가 항일운동에 참여한 데는 이 노랫말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장준하 선생도 1965년 “애국가란 나라와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다. 국민의 통일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노래다. 그러므로 그 국가를 듣고도 아무런 감동이 없는 자는 귀머거리가 아니면 혈맥에 흐르는 피가 다른 이민족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단 비원(悲願)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신기하게도 우리 민족에게 국난이 닥칠 때마다 어김없이 영웅이 나타나 나라를 구했다. 함석헌 선생이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묘사한 대로 한민족에 메시아적 소명을 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이육사의 시 ‘청포도’ 시구처럼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올 손님”이 늘 민족을 보존했다. 지난해 7월 불쑥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보면 ‘청포 입고 찾아온 손님’으로 느껴진다.


조정진 논설위원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개선을 위한 시험발사 앞에 우리의 대응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비대칭전략무기인 핵을 상쇄시킬 대칭 전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심 끝에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북한의 핵 개발 자금줄을 죄는 경제제재에 돌입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북교류를 중단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한반도 배치도 그런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비핵국가를 지키기 위해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주국방을 이루지 못한 탓이지만 세계 최강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은 우리로선 어쨌든 행운이다.

이런 판국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는 사태를 맞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본의 군국주의화, 중국의 팽창주의, 러시아의 재부상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당의 유력 주자들은 사드 배치 반대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를 공공연히 거론하는 마당이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의 불꽃도 아직 여전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면초가 상황에 태 전 공사가 정부합동신문을 끝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말과 활동은 거침없다. 국회를 시작으로 통일부 기자실, 각 언론사를 순회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준비한 대북·통일담론을 터뜨리고 있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핵은 미국 아닌 한국군 무력화를 노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칭 진보계열 학자와 정치인들의 “북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거짓 담론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다. 그가 입을 열면 기사가 되고, 누구도 함부로 토를 달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실의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에 대해서도 화두로 던졌다. 대한민국이 나서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바깥 세상의 정보를 북한으로 유입시키면 김정은 독재체제를 어렵지 않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제기한 김정은과 북한 간부,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심리전도 주문했다. 우리 사회 일각의 무책임한 북핵 협상론을 겨냥해 “김정은 정권은 10조달러를 준다 해도 핵무기를 없애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이 곧 핵무기”라고 일갈했다. 그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도 자주 거론한다.

우리는 20년 전 북한 최고위층 탈북자 황장엽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북한 로열패밀리 출신 이한영도 지켜내지 못했다.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그는 성남시 분당 자신의 아파트 현관에서 북한 특수공작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망명자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 어떤 북한 고위층이 목숨을 걸고 자유의 땅을 밟으려 하겠는가. 태 전 공사가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그의 용기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청포 입은’ 통일 전령사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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