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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비취반취(非就反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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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1 21:39:08 수정 : 2017-02-01 21: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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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어찌 완벽할 수 있을까. 전지전능한 신(神)이 아닌 이상 사람은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물론 ‘의도된 실수’, 곧 지능형 범죄는 비판받고 정죄돼야 마땅하겠지만 일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생긴 실수는 개선하면 오히려 약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논어’는 “잘못을 하고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過則 勿憚改)”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보자. 중국 춘추시대 때 진나라 영공(晉靈公)은 포악하고 사치를 일삼았다. 백성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 담장에까지도 조각을 하는 등 혈세를 낭비했다. 어디 이뿐인가. 인권을 경시했다. 어느 날 요리사가 곰 발바닥을 삶았는데 잘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죽여 삼태기에 담아 요리사의 아내에게 그것을 머리에 이고 조정을 지나가게 했다. 대신 사계(士季)가 영공에게 이렇게 간곡하게 고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오를 고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군주께서 능히 끝까지 잘할 수 있다면 사직은 견고해질 것이니, 어찌 여러 신하들만이 그 은덕을 입겠습니까.(人誰無過 過而能改 善莫大焉 君能有終 則社稷之固也 豈惟群臣賴之)”

결국 진영공은 사계에게 “나도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제 고치겠소.”라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했다. 자신이 행한 일이 잘못됐을 경우 시인하고 조속히 바로잡으며 책임지는 행동을 하는 데는 최고지도자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지도자는 누구보다 매사에 신중하고 원칙을 중시하며 측근 잘못까지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해놓고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이는 그릇된 견해를 끌어안고 지옥으로 떨어진다.(非就反就 頑習邪見 死墮地獄)” ‘법구경’의 경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非就反就 : ‘잘못해놓고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

非 아닐 비, 就 나아갈 취, 反 돌이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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