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검이 지명됐을 때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특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박 특검은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말발이 서지 않았다. 한 중진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당이 추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특검”이라며 비꼬았다. 또 “박영수 중수부장 시절 최재경 중수부 과장, 우병우 전 수석의 심복 국정원 최윤수 2차장을 양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특검수사 잘 될까요”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에 다른 의원이 “일단 믿어보자”며 맞불을 놨다. “법조계, 법조 언론인 등에게 확인한 결과 박 특검의 수사능력과 소신, 진실규명 의지에 전혀 문제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한마디 더 붙였다. “박 특검이 누구랑 친하고 같이 근무했고 하는 식으로 평가하자면 전 모친이 이명박과 같은 모임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한두 다리 건너 아는 사람 많다”며 진득이 수사를 지켜보자고 강조했다.
초장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은 박 특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하면서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윤 검사는 박근혜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을 법대로 수사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지방을 전전하던 인물. 특검팀은 출범 첫날부터 단단히 고삐를 좼다. 지난해 12월21일 현판식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보건복지부 등 10여 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특검팀이 처음 구속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의결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나타났다. ‘법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구속은 현재까지 최대 성과로 꼽힌다. 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장본인이다. 그가 구속되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답답한 속이 뻥 뚫렸다면서.
특검팀은 미꾸라지처럼 이러저리 빠져 나가던 김 전 실장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옭아맸다. 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전·현직 문체부 장차관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문체부는 쑥대밭이 됐다. 이화여대 입시 비리 등과 관련해선 ‘몸통’으로 꼽힌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핵심 관계자들도 대거 구속됐다. 특검팀은 검찰이 엄두도 못 냈던 것을 수사로 보여줬다. 국민이 성원하는 이유다.
문준식 사회부장 |
문준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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