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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구글맵의 기적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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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2 21:28:42 수정 : 2017-02-02 2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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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인 구글지도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 ‘포켓몬 고’가 지난달 24일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작년에 판매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안보상 문제로 정밀지도의 해외반출이 금지되면서 출시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라이언’은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2012년 구글지도를 이용해 주인공 사루(데브 파텔)가 25년 전 잃어버린 집과 가족을 찾게 된다는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다. 인도 소년 사루는 5살 때 기차에서 잠이 들어 형과 헤어진 뒤 수천 km 떨어진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게 된다. 결국 가족을 찾지 못하게 된 사루는 호주로 입양된다. 호주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 그는 옛날의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구글지도를 활용해 기적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라이언’은 가족 간의 사랑을 일깨워 준다. 어린 사루는 인도 작은 마을에서 비록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형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서로를 보듬으면서 생활을 이어간다. 사루가 실종된 뒤에도 가족들은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임을 기대하면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같은 동네에서 머문다. 이러한 모습에서 관객들은 진한 가족애를 느낀다. 영화는 경제적으로 풍요롭더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난임 부부가 아님에도 아이를 입양해 키운 존과 수(니콜 키드만) 부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현대의 가족관과 가족을 형성하는 의미에 관해 생각해 볼 주제를 던진다. 사루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양어머니의 모습은 친자식보다 더 깊은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자식이 아닌 누군가를 끊임없이 보살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입양아를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보듬고 보살피며 그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과, 그리고 훌륭하게 키워내는 그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사표(師表)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캐스팅과 쟁쟁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영화인들의 참여는 작품의 퀄리티를 높인다. 데브 파텔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인상 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끈 배우다. 사루를 입양한 호주 어머니 ‘수 브리얼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만은 완벽한 호주식 억양까지 소화하며 열연한다. 특히 절제되고 세련된 감정연기는 객석에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연출을 맡은 가스 데이비스 감독 또한 실제 인도를 체험하고자 콜카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사루가 집을 찾는 과정보다 그가 겪는 인간적 고뇌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공감을 자아냈다. ‘라이언’은 이미 전 세계 7개 영화제의 관객상을 석권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매년 8만명의 어린아이들이 실종되고 있다.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과 생활고 탓에 아이들은 쉽사리 가정으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도 과거에는 어려운 환경 탓에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비록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지만 그 대신 잃은 것도 많다. 영화 ‘라이언’이 보여주는 가족애와 양어머니의 인간애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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