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빚 줄여줘 모럴 해저드? 성실 신불자 더 많다”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7-02-03 20:46:27 수정 : 2017-02-03 20:46: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 서민대출 총괄…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서민금융진흥원 또는 신용회복위원회라 하면 ‘서민에게 퍼주지 않느냐’,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도 있다’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제가 한국자산관리공사 재직 시절부터 서민금융을 담당해온 경험으로 보면 세간의 염려와 달리 우리 사회에는 (정신이) 건강한 분이 더 많더군요.”

지난 2일 만난 김윤영(62)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글서글한 외모와 달리 서민금융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할 때는 꽤 강단 있어 보였다.

30년 넘게 한국수출입은행에 몸을 담았던 김 원장은 2012년 9월 자산관리공사로 옮겨 서민금융의 대명사 ‘국민행복기금’ 운영을 도맡았고, 2014년 4월 신용회복위원장으로, 지난해 9월 진흥원장까지 겸직했다. 두 기관을 통해 서민금융 일선을 누빈 그는 현장에서 ‘건강한 이’ 여럿을 만났다고 한다.

김 원장은 “채무조정을 받으려고 신복위 창구를 찾는 이들 중 70대 후반줄인 1940년생이 더러 있습니다”라며 “조정을 거쳐 빚을 덜어내도 80대까지 일해야 모두 갚을 수 있는데도 상환 의지를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고 전했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마련된 진흥원 집무실에서 서민금융 지원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작년 9월 서민금융 총괄기구로 출범한 진흥원은 정부의 선심성 정책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의심하는 시선과 더불어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한몸에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원장은 그런 우려가 있다는 데 일면 수긍하면서도 “행복기금을 예로 들어 보면 지원 대상자 100만명은 70개월가량 1000만원도 갚지 못해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른다는 추심에 시달리다 극한 상황까지 다다른 이들로, 진흥원이 바로 이들 연체자를 사회로 복귀시킬 제도적 장치”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빚의 함정’에 오래 갇혀 있던 이들은 채무를 어느 정도 덜어줘 나머지는 성실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헤어나올 수 있습니다”라며 “계속 빚을 갚을 수 있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급전이 필요하면 어디서 융통할 수 없는 이들이 다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대출 지원도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전국 33곳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서민을 상대로 일반 자금대출과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전환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연계해 취업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과 경기 부천, 대전의 서민센터는 인근 고용복지센터와 협력해 화상상담 서비스를 시행, 일괄·맞춤형 종합 지원체계까지 갖췄다.

김 원장은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분이 신용도가 낮다든가, 소득이 적어 우리 센터에서 대출을 못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 대상 선정 때 자활 의지를 반영할 작정”이라고 설명했다.

채무 조정 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이들을 상대로도 24개월간 상환 시 급전 대출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신용등급을 정상으로 조속히 환원할 수 있도록 돕고, 소액 결제용 카드를 발급해주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더불어 진흥원은 신용 교육과 재무 상담 등 금융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원장은 “신용 교육을 통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실업률 고공행진 등으로 생계 또는 학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과 대학생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29세 이하 청년과 휴·재학 대학생 대상인 ‘청년·대학생 햇살론’의 1인당 지원 한도를 오는 7월부터 기존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도 연 4.5%에서 4%로 낮추기로 했다.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도 4년에서 6년으로, 상환기간은 5년에서 7년으로 연장,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아울러 관련 신상품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막다른 골목에 선 서민이 제도권 금융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촘촘한 지원망을 구축하고, 사각지대가 없도록 새 상품 개발에도 힘쓸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