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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숨은 포켓몬 잡아라… 남녀노소 ‘포세권’ 찾으러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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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4 13:00:00 수정 : 2017-02-05 10: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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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게임 넘어 경제적 파급력 커… 캐릭터 제품 불티·휴대폰 충전 성업… ‘포케코노미’ 등 다양한 신조어 등장 / 사학 라이벌 연대·고대는 ‘사이버전’… 가상 전투공간 점령 위해 맞불 작전 / 대리포획·계정거래 등 부작용 속출… 운전 중 게임 금지 규제 필요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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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추나 파이리, 꼬부기…. 어릴 적에 좋아했던 포켓몬 캐릭터들이다. 이걸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다. 1990년대 음악을 틀어줘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노래주점에 갈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포켓몬GO가 정식 출시되자마자 다운로드해 게임을 시작한 이모(30)씨의 말이다. 최근 급격히 확산한 ‘포켓몬 열풍’의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된다. 포켓몬스터는 1990년대 말 한국에 처음 소개됐을 때 다양한 캐릭터들의 귀여움으로 어필하며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런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20, 30대가 되어 포켓몬GO 열기를 이끌고 있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포켓몬GO가 자녀들과의 소통 창구가 된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박모(47)씨는 “아이와 함께 놀다가 나도 게임에 빠졌다”며 웃었다.

포켓몬GO가 단순히 게임용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사회·경제적 현상으로까지 확대되는 까닭이다.

◆포켓몬 경제(?)…다양한 신조어의 등장과 사회·경제적 파급

다양한 신조어의 등장은 포켓몬GO 열풍을 대변한다. 포켓몬GO의 산업적 효과를 함축한 ‘포케코노미’(포켓몬GO+이코노미)가 대표적이다.

포켓몬GO를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던 지난해 9월 크리스피도넛은 한 달간 포켓몬 도넛을 판매했다. 출시 20일 만에 200만개가 팔렸다.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업체에서 포켓몬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으로 매출신장 효과를 보기도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형 뽑기방도 포켓몬 캐릭터의 영향력이 크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근처에는 11개의 인형 뽑기방이 성업 중인데 포켓몬 캐릭터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실외에서 즐기는 포켓몬GO의 특성상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으면서 편의점의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 매출도 확 늘었다. 게임을 하다 스마트폰 충전을 하러 근처 편의점을 찾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GO 출시 이후 GS25, 세븐일레븐의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 매출은 전주 대비 22.8%, 33% 늘었고, 보조 배터리 매출 역시 49.1%, 34.9% 증가했다. 포켓몬 출현 장소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보니 지역 격차를 느낀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포켓몬GO 사용자들에게는 포켓몬들이 자주 출몰하는 ‘포켓스탑’이 주요 거점이다. 이들은 포켓스탑이 몰려 있는 곳을 ‘역세권’이란 단어와 합쳐 ‘포세권’이라고 부른다. 서울 이태원의 제일기획 본사는 포켓스탑이 세 곳이나 있어 명당으로 떠올랐으며, 광화문이나 강남역, 홍대, 올림픽공원, 부산 해운대 등이 주요 포세권으로 꼽힌다. 
수도권과 서울 중심가인 시청 근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포켓스탑.

반면 인구가 적은 지방에는 포켓스탑을 찾기가 어렵다. 지방의 사용자들은 포세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태생적으로 유리하다며 금수저와 합친 ‘포수저’라는 말까지 지어내 불평한다. 강원진(30)씨는 “지난 설에 논산 할머니 댁에 다녀왔는데, 가까운 곳에 포켓스탑이 없어 제대로 게임을 할 수가 없더라. 지역 간 격차를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가상 공간의 싸움이 현실의 힘겨루기로

사학의 라이벌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사이버 연고전’처럼 포켓몬GO를 매개로 실제 현실에서 힘겨루기를 하거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포켓몬 GO' 체육관 점령한 연세대 포켓몬 마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5일 고려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포켓몬GO 자연대 캠퍼스 상황’이라는 제목이 글이 올라오면서 사이버 연고전의 서막이 올랐다. 자연대 캠퍼스가 포켓몬GO 게임 속 가상 전투 공간인 ‘체육관’으로 설정됐고 아이디 ‘Yonsei(연세)’를 쓰는 이용자가 이곳을 점령한 장면이 커뮤니티에 캡처되어 올라온 것이다. 고려대생들 사이에서 “연대생이 캠퍼스를 점령했다”며 ‘원정대’를 꾸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고려대 포켓몬GO 모임’ 회원들은 조만간 연세대 신촌캠퍼스로 포켓몬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연세대 포켓몬 동아리’도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출동해 맞불을 놓을 태세다.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사용자들은 포켓몬GO에서도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낸다. 광주의 대표 건물 중 하나인 김대중컨벤션 센터도 포켓몬GO의 전투공간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곳을 점령한 이의 아이디는 ‘전두환’이다. 호남을 비하하고 5·18 항쟁을 계엄군을 동원해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성향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이다.

◆대리 포획에 불법 거래까지…부작용도 속출

포켓몬GO 열풍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 유명 중개사이트에는 일정 금액을 주면 포켓몬을 대리 포획해주겠다는 글이나 계정 자체를 거래하자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개발사 나이앤틱과 중개 사이트는 이용자 간의 계정 거래나 대리포획을 금지하고 있지만 소용없는 지경이다. 자칫하다 사기 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포켓몬GO 사냥을 하러 경건해야 할 추모시설과 사찰 등에 사람이 몰리고 출입금지 구역의 담을 넘기도 하는 등 무분별한 게임 이용도 문제다. 운전 중에 포켓몬GO를 사냥하느라 갑자기 서행해 교통을 마비시키거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사례도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포켓몬GO로 인한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월 한 달간 대국민 집중홍보와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운전 중 게임을 하다 적발되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 벌점 15점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포켓몬GO 제작사에 스쿨존, 고속도로 등에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안전조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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