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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다문화 ‘특별대우’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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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01:19:26 수정 : 2017-02-09 17: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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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이 놀아주지 않느냐. 너희가 더 잘 챙겨줘야지.”

어릴 때 다니던 교회에서 어른들로부터 이런 류의 잔소리를 종종 들었다. 외국인 어머니를 둔, 피부색이 유난히 까만 한 친구 때문이었다. 생김새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달랐지만, 그 친구는 한국어가 유창하고 성격도 활발해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교회 어른들에게 그 친구는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 어른들은 생일이나 성탄절에 선물을 줄 때는 물론 간식을 나눠 줄 때도 그 친구를 가장 먼저 챙겼다. 또래 아이들 모두가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한창 어른들의 관심에 목말라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그 친구는 이상하게도 점점 말수가 줄었고, 어느날부턴가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김주영 사회2부 기자
지난해 ‘함께하는 다문화’란 주제로 학교 현장을 취재하면서 그 이유를 뒤늦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몇년 전 이란에서 부모와 함께 이민 왔다는 Y(12)군의 입을 통해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Y군은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가면서 “왜 저한테만 천천히 말해요?”라고 쏘아붙였다. 행여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느리게 질문하고, 소외감이 들지는 않을까 싶어 한 번이라도 눈길을 더 준 기자의 행동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 교회를 그만둔 그 친구도 당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 초·중·고등학교의 다문화 학생이 10만명에 육박하는 등 우리 사회도 명실상부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발맞춰 다문화 관련 예산이 해마다 늘고 다문화 정책도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다문화는 특별대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문화 특별대우는 같은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공통점보다 피부색, 배경 등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어서 위험하다.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은 특별대우로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물론 다문화가정을 향한 어느 정도의 지원이나 배려는 필요하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가정에는 언어지원 서비스나 한국어 교육 등을, 경제적으로 곤란함을 겪는 가정에는 보조금이나 일자리 등을 지원해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 정도에 유의하자는 것이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관심이 너무 과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학교에는 해마다 특정일이 되면 정치인과 정부 관료, 언론이 행사나 취재 등의 이유로 몰리는데, 이 때문에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다문화 학생 중 “저는 다문화 학생이 아니에요”라고 잡아떼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제는 다문화를 특별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우리 사회의 일부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주영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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