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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인종은 타고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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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21:38:05 수정 : 2017-02-06 21: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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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 정책 막은 공존의 시민의식
증오 이긴 평화와 관용의 인류애 감동적
미국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빅토리아 카운티. 최근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 이슬람사원이 전소했다. 정확한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사원에서 새벽 2시에 불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개 이슬람국가 국민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날 밤이었다. 3주 전에도 텍사스주에서 다른 모스크가 불에 탔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당선 이후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9일부터 사흘 동안에만 미국에서 201건의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흑인, 이민자, 무슬림 등의 순서로 큰 피해를 입었다. 급기야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도 할머니가 공격을 당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이상행동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인종 혐오범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인 이민자에 대한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극단적인 정책을 내놓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세력은 소수이다. 다수의 시민은 배제보다는 공존을 선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반정부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매일 진행됐다. 이를 반영해 연방법원은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은 일단 다시 재개됐다.

공존의 시민의식이 가장 잘 나타난 사례는 빅토리아 카운티 공동체의 움직임이다. 불탄 이슬람사원 주변의 종교인들이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사원 지도자에게 회당 열쇠를 건넸다. 마을의 4개 교회도 예배당을 개방했다. 무슬림의 금요일 합동예배를 위한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역 내 가톨릭학교 재학생들도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위로했다. 평화의 인간사슬을 만들고 나무 한 그루를 선물했다. 이슬람사원이 재건되면 주변에 심을 나무다.

빅토리아 카운티 주민뿐만 아니다. 화재 발생 직후 새로운 사원 건설을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시작됐다. 미 전역에서 시민이 십시일반 참여했다. 나흘 만에 재건축 비용 목표를 달성했다. 목표를 초과하는 추가 성금이 계속 이어지자 사이트를 닫았다. 인종은 타고난 것일 뿐이고 종교는 선택일 뿐이라는 공존의 시민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자는 인류애의 결실이다.

어느 사회에나 증오와 부정의 문화는 존재한다. 일부 정치인은 이런 사회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 극단적 정책과 행동에도 흔들리지 않은 시민의식과 인류애가 아직은 훨씬 강한 것 같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혼란한 시점인 2월 1일. 뉴욕에서는 히잡(무슬림 여성 머리 두건)의 날 행사가 열렸다. 타 종교인도 참여해 히잡을 써보고 관용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겼다. 빅토리아 카운티 사원 재건축 모금에 이스라엘의 한 단체도 참여했다. ‘지금 평화를’이란 의미를 가진 ‘샬롬 아크샤브’라는 단체다. 유대인이 주도하는 이 조직은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을 추구하는 가장 큰 시민단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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