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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교과서는 논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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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8 01:08:12 수정 : 2017-04-11 11: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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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최종본 잘못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 가르쳐야 ‘1948년 대한민국 수립’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정 중·고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정식 적용되는 중·고 역사교과서에 병기할 수 있다고 밝힌 내용이다. 올해 시범 적용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원안대로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검정교과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기술의 최대 쟁점이었던 ‘대한민국 수립’에 대해 헌법가치 훼손과 항일 독립운동 부정 등 반발이 끊이지 않자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육지책은 오히려 교육현장의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 교과서는 논문이 아니다. 논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관하여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적은 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적은 글이다. 그렇듯이 집필자의 의견이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논문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이와 다르다. 교육과정이라는 표준화된 기준에 맞춰 기술돼야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혼용한 것은 헌법 전문을 훼손한 것은 물론 역사 교과서를 역사 관련 학술 논문쯤으로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원선 선임기자
1987년 10월 29일 개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임시정부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투사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했던 정부를 뜻한다. 따라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표기한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명백히 부정한 것이다.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고육지책으로 혼용하게 된 것은 국정 교과서 집필 이전에 이미 이 용어 설정의 프레임을 정해놓고 집필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제기한 ‘대한민국 수립’으로 집필하라는 청와대의 지침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정해진 프레임에 따라 국정 교과서를 집필했다가 헌법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등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교육부가 혼용으로 선회했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국정 교과서 최종본의 무더기 오류도 교과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종본은 지난해 11월 28일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내놓은 것으로, 교육현장에 즉시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실심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 같은 오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최종 검토한 편찬심의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특정 이념을 무리하게 주입하다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다음달 시작되는 신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시범적용된다. 정부가 당초 올해부터 정식 적용하기로 했으나 국·검정 교과서 혼용으로 한 해 늦춰진 것이다. 정책 집행 프로세스상 시범적용은 학교 현장에서 공식 사용하기 전에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적용하는 단계다. 따라서 국정 교과서를 올해 시범적용한 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그게 그동안 교육부가 강조해온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원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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