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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실력은 녹슬었지만… AT 마드리드의 영원한 소년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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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9 21:16:52 수정 : 2017-04-11 11: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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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가로지르는 만자라네스강. 지하철 5호선 피라미데스역에서 강을 따라 15분여를 걸으면 빽빽한 서민 주택들 사이로 거대한 스타디움이 하나 서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벽은 갈라져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곳은 축구장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Estadio Vicente Calderon)’이다. 오랫동안 유럽축구의 변방이었던 이곳은 최근 유럽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곳이 됐다. 바로 최근 3~4년간 유럽축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가 이곳을 연고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또 다른 팀인 레알 마드리드가 도시 북쪽 부촌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반면 AT 마드리드는 만자라네스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 남쪽 서민지역을 기반으로 한 팀이다. 당연히 팬들도 대부분 이 지역 서민들이다. 축구 말고는 즐길 줄도 모르고 즐길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비센테 칼데론에 모여 자신의 열정을 바쳐 팀을 위해 응원한다. 그리고 AT 마드리드는 이 응원에 힘입어 어느새 세계축구의 강자가 됐다.

이 비센테 칼데론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선수 한 명을 꼽자면 단연 페르난도 토레스(33·사진)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AT마드리드이지만 30대를 훌쩍 넘기고, 게다가 이제는 주전도 아닌데도 이 선수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는 없다. 아마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친구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랑일 것이다. 토레스는 2001년 불과 17세의 나이에 AT마드리드 유스시스템을 거쳐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AT마드리드는 리그 중위권을 전전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팀이던 시절로 심지어 두 시즌 전에 충격의 강등을 당하며 2부리그에까지 추락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어린 소년 공격수에게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토레스가 자신의 실력을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데뷔 불과 1주일 후에 프로 최초의 골을 성공시키더니 이후 2부리그에서 두 시즌을 보내면서 40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한다. 18세 소년이 성인들과 당당히 겨뤄 이룬 성과였다. 2001∼2002시즌 팀의 2부리그 우승을 통해 당당히 1부리그에 입성한 토레스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프리메라리가 첫 번째 시즌에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하더니 두 번째 시즌인 2003∼2004시즌에는 19골로 리그 득점 순위 3위에 오른다. 토레스는 단 19세 때에 AT 마드리드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팬들의 사랑과 토레스의 실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팀의 주장이자 가장 사랑받는 선수 토레스의 마드리드 생활은 채 몇 년을 이어가지 못했다. 2007년 팀의 자금사정 악화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로 둥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돈을 찾아 떠나는 선수들에게 팬들의 눈총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토레스를 비난하는 팬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먼 곳에서 토레스에게 성원을 보냈고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비로소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이는 토레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리버풀에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토레스는 첼시와 AC밀란을 거치면서 기량이 급전직하했다. 그리고 찾아온 선수 생활의 황혼기. 토레스는 AT마드리드로 돌아오기를 결정한다. 토레스는 더 이상 톱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비센테 칼데론에서는 그의 별명 ‘엘 니뇨(소년)’를 외치는 응원소리가 가득하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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