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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야구는 기록 스포츠… 史官의 사명감으로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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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0 20:53:32 수정 : 2017-02-10 20: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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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프로야구 중흥기 산증인'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 미국인들은 야구를 흔히 ‘내셔널 패스트타임(National Past-time)’이라고 표현한다. ‘국민적 여가’라는 뜻이다. 출범 36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도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야구가 몇몇 마니아층의 취미가 아닌 남녀노소가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팬도 훌쩍 늘어 지난 시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김제원 KBO 기록위윈장이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팬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다양한 기록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야구붐의 든든한 뒷받침이 돼주는 사람들이 KBO기록원들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 불리는 종목이다. 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순간순간이 전부 기록되고 가공돼 데이터화된다. 기록원들을 이끌고 있는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을 3일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프로야구의 사관(史官)이다. 야구의 정사(正史)를 쓰는 사람이므로 항상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991년부터 26년째 기록위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간 그가 기록한 경기만 해도 2400경기가 넘는다. 프로야구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셈이다. 그는 “원래 중고등학교 때 야구선수를 했는데 벤치만 달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기록에 관심이 생기더라. 선수시절부터 기록하는 걸 유달리 좋아했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야구를 좋아하고 기록을 좋아하기에 결국 기록원이라는 직업을 택했다. 대학졸업 후 한국야구협회의 모집 공고를 보고 기록원에 도전했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기록원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삶이었다. 기록원은 고도의 집중력과 한없이 냉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 기록의 경우 타 종목과 달리 안타나 에러 등의 애매한 판정을 기록원이 결정하기에 그 무게감은 더욱 다르다. 김 위원장은 “원래는 좋아하는 팀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는 사적인 감정을 가지면 안 되고 특히 공식기록을 다루는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기록원 일은 건조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일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거의 매일 출장을 다녀야 하는 삶도 고달프다. 3월에 시범경기가 시작하면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8개월 이상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오프시즌에도 기록원들이 모여 판정기준을 놓고 세미나를 하는 등 한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이다. 김 위원장은 “경기는 무조건 6시30분에 시작한다. 기록원의 삶도 그 시계에 맞춰 정확히 돌아가야 한다”면서 “힘들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4년째 기록위원장을 맞고 있는 김 위원장은 최근 기록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야구기록을 배우기 원하는 팬들을 위해 프로야구 원년부터 시행하던 기록강습회를 서울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지방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 좀더 전문적인 기록법을 배우기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 심화강습회까지 마련하고 있다. 

팬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연 강습회는 330명 정원이 한 시간 만에 마감됐다. 김 위원장은 “영화 머니볼이나 미 메이저리그에서 성행 중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등의 영향으로 기록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오로지 통계를 통해 선수를 평가하는 야구계의 새로운 흐름을 말한다. 그동안 선수 평가는 주로 현장관계자의 ‘감’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각종 기록을 기반으로 한 통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풍조가 팬들에게까지 퍼졌다. 김 위원장은 세이버메트릭스가 만능은 아니지만 이런 접근법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기록원들도 그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야구 기록의 가치가 이처럼 커진 만큼 이에 부응해 좀더 다양한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기록원은 세이버메트릭스를 위한 기본 소스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며 “지금까지 기록원이 제공한 공식기록은 건조한 기록들뿐이었다. 앞으로 팬들이 더 즐길 수 있는 기록 소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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