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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 유적 발굴작업을 지휘하는 하워드 카터.
“묘실 안 후끈한 열기에 등불의 불꽃이 흔들리더니 황금에서 반사되는 빛에 눈이 부셔 넋을 잃었다.” 이집트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던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당시 감격의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1923년 2월16일 3200여년의 잠을 깨고 공개된 그의 무덤은 고고학 사상 최고의 발굴 성과로 꼽힐 만큼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110kg짜리 황금 관, 11kg의 황금 마스크, 마르지 않은 향료 등 2000여점의 유물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황금은 영원불변으로 통한다. 특히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황금은 태양신의 분신이었다. 기원전 1361년 9살에 즉위한 그는 고작 18살에 불멸의 화신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그는 왜 그토록 어린 나이에 숨진 것일까? 세인들이 궁금해하는 죽음의 수수께끼는 숱한 가설만 이어졌다. 그러나 첨단유전과학의 발달은 그의 요절의 비밀을 양파껍질 벗기듯 풀어냈다. 2005년 미라의 컴퓨터단층촬영조사로 그가 유전병인 쾰러병으로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2010년엔 출생의 미스터리까지 풀렸다. DNA검사에서 그의 부모가 남매임이 확인된 것. 왕족의 씨를 보전하려는 근친결혼이 유전병의 재앙을 불러 오히려 씨를 말린 꼴이 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그의 미라는 온몸으로 슬픈 가족사를 증언한 것이다.

김규영 편집위원

△2003년 2월14일 복제양 돌리 안락사

△1997년 2월15일 귀순 이한영씨 피살

△1937년 2월16일 나일론 미국서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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