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기자의 혼자 걷기 습관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싫어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혼자 걸으며 내 느낌에 충실하다 보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많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평소 다양한 집단생활에 파묻혀 남이 날 어떻게 평가할까에 골몰했다면 ‘걷방’을 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모르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고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
요즘 필자처럼 혼자 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행’(혼자 여행) 같은 신조어들도 생겨나고 있다. 역시 그들도 필자처럼 익숙한 관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저마다의 순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남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도 혼자 놀기는 중요하다.
실제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취미 등을 공유하는 소셜 다이닝에 참여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혼놀족’이라 표현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혼술을 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혼술을 마시는’ 모임도 인기다.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들과 있다 보면 ‘원만한 관계 유지’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는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점이 혼자 노는 ‘혼놀족’의 규모를 키우고 혼놀족의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물리적으로는 무슨 생각이든 자유자재로 표현할 도구를 갖게 된 시대다. 이런 시대에 막상 오프라인의 단단한 위계서열, 집단주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무기력함만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집단 내의 화합도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 더 개개인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어떨까. 이때 나홀로족 이후에 등장할 신인류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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