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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노보드 ‘다크호스’ 부상… 평창서 꼭 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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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4 06:00:00 수정 : 2017-02-13 22: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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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스노보드 1세대’서 지도자로… 이상헌 대표팀 총감독 지난 12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 대회가 열린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 최근 연이은 호성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노보드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기대주 이상호(22·한국체대)는 예선 탈락했고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도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상헌(42) 대표팀 총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필요하다. 계속 지켜봐주시면 평창에서 꼭 일을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12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 대회가 열린 평창 스노우파크에서 이상헌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총감독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사실 이 감독의 자신감엔 근거가 없지 않다. 최근 한국 스노보드는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두면서 신흥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오스트리아 게를리첸 FIS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최보군(26·국군체육부대)이 정상에 올랐고, 뒤이어 김상겸도 이탈리아 리비그노 FIS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대표팀 에이스인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카레차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라 올림픽 메달권에 가장 근접해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드컵 대회는 세계 톱 랭커들이 총출동해 대회 수준이 올림픽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설상 종목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스노보드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감독이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세심한 지도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2012년부터 대표팀을 지도한 그는 1년 중 10개월을 선수들과 같이 보낸다. 전지훈련과 대회 참가로 연중 대부분을 해외에서 지내고 국내에서도 합숙훈련에 돌입한다. 이상호, 김상겸 등 지금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선수들도 6~7년 전 유망주 시절부터 그와 함께했다.

이상헌 총감독(왼쪽)이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라칭스(라시네스)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평행회전에서 우승한 이상호(22·한국체대)와 시상대에서 미소 짓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이 감독은 “선수들과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다.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기분을 아는 정도가 됐다”며 “스노보드가 당일 컨디션에 성적이 좌우될 만큼 민감한 종목이라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스노보드 1세대’로 불렸다. 용인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그는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그러나 열악한 지원으로 자비를 들여 훈련과 대회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은 1993년 인준됐지만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 김호준(27)이 최초로 올림픽에 나올 만큼 발전이 없었다.

제대로 된 코칭스태프도 없이 2005년까지 선수 겸 코치로 뛴 그는 30세의 나이에 일찌감치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부족한 지원 속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감내해야 했다. 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선수들을 관리할 사람은 이 감독 한 명뿐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 전지훈련 때면 이 감독은 경기 준비를 비롯해 비디오 촬영, 장비 점검을 도맡았다. 심지어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무려 950㎞에 달하는 거리를 한숨도 자지 않고 운전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대한스키협회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외국인 코치를 대폭 보강한 덕분에 이 감독은 선수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크리스토프 귀나마드(프랑스) 기술전문 코치, 손재헌 체력담당 트레이너, 이반 도브릴라(크로아티아) 왁싱담당 코치, 시모니 프레드리크(프랑스) 물리치료사 등이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감독은 “외국 전지훈련을 가면 경비가 넉넉지 않았다. 호텔 대신 현장 주변의 값싼 아파트를 대여했고 선수들 입맛에 맞게 한식을 직접 만들었다. 일종의 서비스맨 역할을 다 해야 했다”며 “지금은 지원이 많아진 덕분에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오랜 시간을 고된 일정과 설움으로 보낸 탓일까. 한국 스노보드가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잦다. 지난해 12월 이상호가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초로 4강행을 확정짓자 이 감독은 눈시울을 붉게 적셨다. 이 감독은 “스노보드가 비인기 종목이라 관심을 받는 일이 적다.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눈물이 먼저 난다. 특히 월드컵 4강행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늘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 감독의 지휘 하에 스노보드 대표팀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의 스노보드 종목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고양돼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평창에서도 짜릿한 반전을 국민께 안겨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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