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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빙하기를 견뎌 꽃으로 핀 워싱턴 와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2-15 06:00:00 수정 : 2017-02-15 02: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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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 & U.S. 푸드 쇼를 가다

 

워싱턴주에서 생산되는 와인들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생산하는 피에몬테와 미국의 떠오르는 와인산지 워싱턴. 이 둘의 공통 점은 뭘까요. 바로 위도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낮에는 충분한 일조량 덕분에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해 포도의 산도가 잘 유지되지요. 덕분에 과일향과 토양의 얼씨한 맛이 조화를 이룬 와인이 빚어집니다. 워싱턴주 남쪽에 붙어있는 오리건도 비슷한 기후덕분에 품질이 뛰어난 피노 누아, 피노 그리, 리슬링, 샤도네이 와인이 빚어집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워싱턴 와인. 워싱턴와인협회 제공
워싱턴 와인산업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해 현재 와이너리는 900개가 넘고 생산자는 350명, 와인생산도 15억달러를 넘어서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에 두번째로 큰 와인산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경작면적은 2만663ha이며 주요 생산지인 아뻴라시옹(AVA)옹 모두 14개이고 생산량은 160만케이스 정도입니다.

보통 미국 와인하면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는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등 레드 품종이 아닙니다. 바로 리슬링(5만500t)이 가장 많고 다음이 샤도네이(4만3800t)랍니다.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4만2200t), 메를로(3만6900t), 시라(1만5400t) 순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아닌 워싱턴에서 리슬링이 이렇게 많이 생산된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와싱턴은 모두 40종 이상의 품종이 경작됩니다.

한 지층이 빙하기때 대홍수가 한번 난 것을 보여주는 워싱턴주 지형 단층. 워싱턴와인협회 제공
이처럼 워싱턴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토양과 기후입니다. 특히 워싱턴주의 토양은 매우 독특합니다. 워싱턴주는 주로 퍼시픽 노스웨스트로 불리는 미국 북서쪽 코너에 있습니다. 빙하기 시대에 워싱턴주 위쪽의 얼음으로 덮힌 아이스 댐(Ice Dam) 녹으면서 발생하는 홍수가 7만5000년에서 10만년마다 주기적으로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때 워싱턴 인근 미줄라(Missoula) 호수가 커져 압력으로 빙하가 터지면서 워싱턴주와 오리건주까지 밀고 내려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런 현상때문에 기본적으로 화산토로 이뤄진 워싱턴주는 빙하에 밀려 내려온 미사토가 섞인 풍적토가 형성됐습니다. 이 곳의 토양의 절단면을 보여주는 지형들을 보면 한 지층이 홍수가 한번 난 것을 보여줍니다. 여러 지층이 오랫동안 누적됐기에 포도나무가 뿌리를 혼자 내릴려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야하는 토양이랍니다. 

기후 역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와는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워싱턴은 비 그늘 효과로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비가 많이 오지만 포도밭이 몰려있는 동쪽은 굉장히 건조한 기후가 유지됩니다. 이에 카베르네 소비뇽 등 포도가 잘익어 숙성된 아로마와 풍미를 지닌 와인이 빚어집니다. 또 일교차가 크다보니 포도가 천천히 무르익으면 와인의 산도가 좋아집니다. 리슬링이나 샤르도네가 잘 자라는 배경입니다. 

10년에 한차례는 혹한기가 올 정도로 서늘하고 건조해 필록세라 등 병충해에서도 자유롭다는 군요. 콜롬비아 밸리가 가장 오래돼 포도 생산지역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토양에서 자란 워싱턴 와인들은 밸런스가 좋고 산도가 도드라지면 과실맛과 균형을 잘 이뤄 산도와 당도가 균형을 이룬 한국 음식과 매칭이 잘 된다는 점입니다.

2017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 & U.S. 푸드 쇼 현장. 와인21닷컴 제공
오리건 와인 세미나 현장. 와인21닷컴 제공
이런 미국 노스트웨스트 와인을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2017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 & U.S. 푸드 쇼가 2월 10일 더 플라자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습니다. 와인전문매체 와인21닷컴의 주최한 이 행사에는 특히 워싱턴 와인과 오리건 와인 산지의 특성을 소개하는 세미니가 마련돼 와인관계자들이 두 중요 산지를 좀 더 알게되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워싱턴 와인 세미나는 마스터 소믈리에 그렉 헤링턴(Greg Herrington)이 방한해 직접 진행했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전세계에 200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른 소믈리에의 최고봉입니다. 특히 헤링턴씨는 현재 미국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Court of master sommelier)의 협회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와인 테이스팅

밀브랜드 빈야드 센티널 카베르네 소비뇽 2012
밀브랜드 빈야드 센티널 카베르네 소비뇽 2012
밀브랜드 빈야드 센티널 카베르네 소비뇽 2012(Milbrandt Vinyard Sentinel Cabernet Sauvignon 2012 )는 카베르네 소비뇽 71% 메를로 23% 말벡 4% 쁘띠 베르도 2%를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다. 보르도에서 쁘띠 베르도는 1∼2%로 섞어봤자 대세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워싱턴은 좀 다르단다. 음식 간 맞출때 쓰는 소금이나 핫소스처럼 와인에 포인트를 줘 일종의 ‘화룡점정’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과실향이 주도하며 얼씨한 느낌과 산도가 조화를 이룬다. 알코올 도수는 16%로 높은 편이다. 미수입와인이다.

레콜 넘버 41 왈라왈라 카베르네 소비뇽 2013
레콜 넘버 41 왈라왈라 카베르네 소비뇽 2013(L'Ecole No 41 Walla Walla Cabernet Sauvignon 2013)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워싱턴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과실향에 서늘한 기후에서 얻은 흙의 풍미를 잘 잡아냈다. 산도도 돋보인다. 왈라왈라 밸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재배의 완벽한 지형을 지녀 디캔터가 2년전 최고의 와인산지로 꼽았다. 블루 마운틴 산맥에서 추운 공기가 내려와 포도 생장 밤 동안 멈춘다. 레콜 멈버 41인 워싱턴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가장 처음 재배한 와이너리로  와인 앤 스피리츠 선정 올해의 톱 100 와이너리에 14년 연속 선정됐다. 나라셀라에서 수입한다.

그래머시 셀러스 콜롬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2
그래머시 셀러스 콜롬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2(Gramercy Cellars Columbi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2)는 카베르네 소비뇽 92% 메를로 8%다. 이날 세미나를 진행한 마스터 소믈리에 그렉 해링턴이 2005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론과 보르도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와인을 빚고 있다. 와인 양조과정에 최소한 개입하며 과실과 강렬한 흙내음, 우아함을 잘 살렸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과 붉은 과실향이 잘 드러난다. 포도를 재배하는 호스 해븐힐스(Horse Heaven Hills)는 대홍수때  다양한 토양이 모였다 흩어진 지역으로 명성 높은 포도밭들이 이곳에 몰려있다. 미수입 와인이다.

헤지스 라 오뜨 뀌베 2014
헤지스 라 오뜨 뀌베 2014(Hedges La Haute Cuvee 2014)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다. 워싱턴 카베르네 소비뇽을 대표하는 생산지 레드 마운틴에서 만든다. 미국 카베르네 소비뇽은 알코올도수가 보통 14%가 넘는데 세밀한 양조를 통해 13.5%로 만들었다. 2012년 처음 선보였으며 장기 숙성을 통해 카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타닌감과 과실의 농축미를 극대화 시킨 와인이다.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통해 얻은 포도만을 사용하고 필터링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최소한의 개입으로 탄생한 가장 레드 마운틴스러운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평가 받는다. 코끝에서 진한 동물향도 느껴지며 실키하면서 우아한 탄닌을 잘 잡아냈다. 밸런스가 좋고 끝에 우드향과 견과류향이 잘 어우러지는 컬트와인이다. 까브드뱅에서 수입한다.

샤토 생미셀 콜 솔라레 2013
샤토생미셀 콜 솔라레 2013(Chateau Ste. Michelle Col Solare 2013)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다.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와 샤토 생미쉘의 콜라보로 탄생한 와인이다. 샤토 생미쉘은 1934년 설립된 워싱턴 초대 와이너리다. 생산량은 84케이스정도이며 클래식한 타입의 와인이다. 흙내음이 잘 표현됐고 붉은 과일과 토바코 내음이 느껴진다.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한다.

베츠 패밀리 페레 드 파밀리에 카베르네 쇼비뇽 2013
베츠 패밀리 페레 드 파밀리에 카베르네 쇼비뇽 2013(Betz Family Pere de Famille Cabernet Sauvignon 2013)은 카베르네 소비뇽 89%, 메를로 7%, 쁘띠 베르도 4%를 섞었다. 오너인 밥 베츠(Bob Betz)는 미국에서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에 오른 인물이다. 현재 MW는 와인 최고 전문가로 전세계적으로 278명에 불과하다. 28년동안 샤토 생미쉘의 와인메이커로 활약했으며 1997년 베츠 패밀리를 세웠다. 한정된 와인만 생산하기에 대부분의 와인은 메일링된 회원들에게만 판매되는 컬트 와인으로 국내에는 비디더스 코리아가 100병 가량 수입한다.

■오리건 와인 테이스팅

오리건 와인은 연생산량 7000케이스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소규모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중에는 오리건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각종 와인 평가에서 90점 이상 받은 와인이 20.6%로 소규모지만 품질이 뛰어나다. 최근 15년간 와이너리수는 5배로 증가했지만 아직 작은 생산지다. 윌라맷밸리가 가장 유명한데 5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52%가 자가 포도 와인을 빚고 47%는 지속가능 인증을 받아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활용해 포도를 재배한다. 오리건 와인 협회를 대표해 마가렛 브레이(Margaret Bray)씨가 세미나를 진행했다. 

파이어스티드 와인을 소개하는 관계자
파이어스티드(Firesteed)는 오리건의 4대 메인 품종인 피노누아, 리슬링, 피노그리, 샤도네이에 집중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 정상급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상급 포도중에서도 10%에 불과한 최상급 품질의 포도만 선택하는 과감한 투자로 프리미엄 와인을 빚고 있다. 최상급 사이테이션은 연간 250∼360케이스만 생산된다. 사이테이션은 18개월간의 배럴 숙성을 거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 무려 7∼8년을 셀러에서 병숙성을 시킨뒤 시음적기 되어야 소비자에게 선을 보인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녹아있다. 작황이 좋지 않으면 아예 빈티지를 건너 뛸 정도로 품질에 공을 들인다고 한다. 1993∼2000년 미국 빌클린턴 행정부시절 오리건 와인으로 최초로 백악관의 하우스 레드 와인으로 선정돼 대통령의 일상 식탁에 올려지기도 했다. 태평양연안 연어보호단체 셀몬 세이프(Salmon Safe)의 강력한 인증기관인 LIVE(Low Input Viticulture Enology)에 속해 있어 와인 생산 전 과정을 철두철미하게 통제해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와인생산 마지막 과정에서 계란을 이용해 침전물 제거하는 작업과 필터링 작업도 하지 않는다.

파이어 스티드 사이테이션 샤도네이 2014
파스티드 사이테이션 샤도네이 2014(Firesteed Citation Chardonnay 2014)는 샤도네이 100%다. 적당히 크리미한 산도가 먼저 다가온다. 시트러스와 버터스카치, 솜사탕, 바닐라와 잘익은 사과의 풍미가 복합적으로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견과류향이 길게 나타난다. 오크숙성에서 나오는 토스티함과 스파이스 터치도 느낄 수 있고 리치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파이어 스티드 사이테이션 피노누아
파이스티드 사이테이션 피노누아 2005는 피노누아 100%로 16개월 오크 숙성 뒤 7년간 병숙성을 거친다. 브루고뉴 그랑크뤼 피노누아에 버금가는 풍미와 떼루아를 느낄 수 있다. 라즈베리와 향신료인 정향과 팔각(star anise), 호두오일, 파이프 토바코 등 복합적인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또 블랙체리와 바닐라의 뉘앙스가 매우 부드럽게 코와 혀에 넘실거리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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